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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동네북 이제 그만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6-07-04 01:09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간단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여신 리스크 관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대출할 때 기업이 기획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되어서 빚을 제 때 갚는 데 문제가 없는 지 약속한 날짜에 맞춰 체크를 반복하는 일이 전부라고 했다.

시중은행의 ‘당연한’ 여신관리가 ‘엄격한’ 관리로 보이는 것은 최근 불거진 국책은행의 방만한 경영관리 실태와 대조되기 때문이다. 지난 달 15일 발표된 감사원의 ‘국책은행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분식회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재무이상치시스템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키운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한계기업에 돈을 퍼부어 부실을 키웠고, 수출입은행은 전문성이 없는 구조조정에 관여해서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합해서 16조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정상’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도 ‘대마불사’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여신 등급을‘요주의’로 강등하고 충당금을 더 쌓고 있어서다.

물론 국책은행도 할 말이 있다. 일반 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은 국가 기간산업을 쉽게 등질 수 없고,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출자를 받은 국책은행들의 행동 반경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은행명 앞에 ‘한국’이 붙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산은법(32조)과 수은법(37조)에서 정부의 손실보전이 담보되어 있다.

사실 과거 정책금융은 국가 경제개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정책금융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등 특정 산업 육성에 자금을 대며 경제발전에 힘을 보탰다.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외국자본을 도입하기 위한 ‘파이프관’ 역할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부실기업 정리와 벤처기업 육성 등에도 정책금융이 활용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금융이 시대의 조류에 맞춰 제대로 변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산업은행 민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결국 ‘통합 산은’으로 결론났고, 이어 박근혜 정부가 정책금융 업무 중복을 개편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책금융 기관 간 경쟁은 심화됐다. 국책은행은 물론 보증 기관까지 위기감 속에 이른바 ‘밥그릇 싸움’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차일피일 미뤄진 구조조정의 여파가 몰아치는 현재의 어려움이 정책금융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책금융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일각에서 말하는 국책은행 폐지는 다소 급진적인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축적한 개발금융 노하우를 버리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중소 스타트업과 신성장 산업에 초점을 맞춰 정책금융 체계를 재편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달 27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9곳과 과학기술연구원,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연구기관 46곳이 개별지원 대신 체계적 연계와 사후관리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새 출발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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