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세계 경제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EU 탈퇴’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조사에서는 EU 잔류 지지가 45%, 탈퇴가 55%로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1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증시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금, 국채, 엔화,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 값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도 전날 무려 38.57포인트(1.91%) 급락해 1970선으로 후퇴한 상태다. 코스닥지수도 1.58% 급락했고,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브렉시트 우려로 엔화 투자심리가 상승해 장중 105엔대까지 하락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진단’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영국 및 유럽 증시가 단기적으로 폭락하고, 유럽과 일본 국채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럽경기 위축을 우려한 ECB가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하고 한도확대를 통해 대응하게 되면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동반 약세가 진행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준다는 것이다.
올해 3~4월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올해 1~4월까지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을 순매수 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2조8000억원의 15%에 해당해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며 “영국 익스포져가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국은 우리나라의 유럽투자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투자대상국으로 유럽대륙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 투자액 43억5000만 달러보다 2.4배 많은 103억 달러가 영국에 있다”며 “브렉시트가 발생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환경이 악화된다면 기존 투자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신규투자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혹시라도 모를 영국의 EU 탈퇴를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가 확정될 경우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수급 부담이 생길 것으로 함께 진단했다.
지난해 한국과 영국의 교역은 135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대영 무역흑자는 1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적용할 수 없어 영국과 별도의 FTA 협상을 해야한다.
현재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보유한 매수 포지션은 3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전체 주식의 8.4%에 이른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연초 이후 유럽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4월에는 1조4000억원 가량이 유입됐고, 영국계 자금은 900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며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영국 및 유럽 자금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수급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국민투표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투자증권 김정호 연구원은 “부동층의 향방이 최근 EU 잔류의 움직임으로 흐르고 있어 브렉시트는 실제로 발생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인식된다”며 “다만 브렉시트 문제는 단순히 단발성 리스크가 아니라 유럽의 구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내재해 있는 만큼 영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EU 조약에 따라 2년의 협상 기간은 남아 있다. 2년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EU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탈퇴 수순을 밟게 된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