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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고객가치’ 혁신없는 금융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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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06 23:28

“실물경제 부진 땐 고객가치보다 실적이 먼저”
계좌이동·인터넷은행 대응책부터 판박이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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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고객가치’ 혁신없는 금융권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가 이룩한 모든 성과는 신뢰에 기반한다. 거래 한 건, 하루 또는 한 분기 일하는 것으로 이룰 수 없다. 고객관계로써 고객관계는 완성된다. (Everything we do is built on trust. It doesn’t happen with one transaction, in one day on the job or in one quarter. It’s earned relationship by relationship.)

금융산업이 한국산 제조업 브랜드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폄훼당하기 일쑤인 것은 자업자득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은 사실 별 새로울 것이 없다.

위에서 인용한 존 G 스텀프 웰스파고 이사회 의장 겸 CEO 경영비전이 특출 난 것으로 보일 이유 또한 없다. 국내 금융산업에서 신뢰, 고객관계 만큼 익숙한 낱말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기 단위, 길어야 연간 업적주의에 치우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가치가 고객과의 관계라는 경구(警句)의 진리엔 변함이 없다.

우리 금융사가 신뢰에 기반한 동질감을 고객들과 교감하는지, 설혹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그런 관계가 촘촘하고 단단한 연결로 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강한 부정적 인식이 작동하기 일쑤다.

금융산업은 개인고객 정보 절취 사건 이후 한 동안 소비자보호 강화 바람이 들끓었고 이제는 계좌이동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등 혁신 또는 경쟁 극대화 정책 소용돌이 속에서 고객가치 우위임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금융 취재진은 금융현업 경험을 지녔거나 객관적 성찰을 잇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고객중심 문화기반이 태부족하다는 지적의 소리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 상업은행들 믿을 수 없으니 결국…

동종업계 대기업을 끌어들여 중형조선사 정상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은행 돈을 들여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구조조정기업에 공짜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한 수출입은행의 행보는, 좋게 보면 기업구조조정 모델을 진화시킨 것이지만 고육책 성격을 띈다는 그늘 또한 짙다.

이덕훈 수은 행장은 성동조선 추가 자금지원에 미온적인 민간은행들의 태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고심했고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동종업계 대기업의 기술개발 및 마케팅 협력 모델에 시동을 걸었다. 조금만 지원하면 정상화할 기업에 금융지원과 무료컨설팅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모델을 수은과 같은 수출입금융기관에서 도입한 것 또한 보수적 기조가 만연한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지키는 영업’만연에 쏠리는 냉소

프로야구 흥행에 큰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했던 몇 해 전 모 구단의 ‘지키는 야구’마냥 극한의 보수주의 영업전략이 걷잡을 수 없는 돌풍으로 불어 닥친 것에 대한 냉소 가득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은행지주사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최근 한국금융신문과 통화에서 계좌이동제에 대응하는 시중은행들의 행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단순히 혜택을 이 만큼 늘리고 싸게 해 드릴 테니 다른 데로 가지마세요, 하는 경쟁은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한계가 크다”면서 “금리 싸움, 수수료 싸움을 해 봐야 죄다 공짜로 해 줄 수 있느냐”며 비금융 경쟁력 기반이 전무한 상황을 비판했다.

현직 시중은행 한 간부는 “지금 당장 집토끼를 지키자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을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고객들이 다른 은행에 한 눈 팔지 않도록 할 차별화된 요소를 모색하자는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지금 당장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이 있느냐는 면박을 들을까 걱정하게 된다면 임원이나 CEO를 향해 자신있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 영업 실적 먼저 보신주의 끝판은?

ISA 도입에 따른 변별력 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금융사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금융계 밖에 있는 전문가들의 평가 또한 부정적 톤이 강한 실정이다.

익명을 청한 서울지역 한 대학의 교수는 “대형 금융기관에 연금자산을 맡긴 소비자들의 만족도나, 지난 8월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수익률 보고서를 받아 들었던 투자가들의 심경을 떠올려 보면 금융회사 신뢰도가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굴릴 만한 자산이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추진 캠페인이 가동되면 계좌 수를 늘리는 경쟁이야 펼쳐지겠지만 딱히 큰 성과를 기대하고 상당수 자산을 듬뿍 맡기는 고객이 줄을 잇는 금융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계 CEO들의 기념사나 취임사 등을 종합하면 고객중심, 관계형금융, 신뢰와 같이 신입 금융사원 때부터 금융인들이 줄기차게 듣고 입에 담고 기안지에 올리던 익숙한 ‘표상’들이 범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정부가 혁신과 경쟁, 새로운 융합 등의 정책비중을 높이며 여러 가지 유도책을 쓰고 있지만 일선 영업 현장에서 근본적 변화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 면책이나 개인 중심에서 기관중심 제재로 전환 같은 금융개혁 조치들이 아무리 나와도 사전 심사할 안목과 시스템이 그대로이고 여신 사후관리 조직의 핵심 업무가 부실발생 최소화 그 자체에 있다면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추가대출을 하자고 품의를 올리는 행동이 발붙이기 어려운 관행과 풍토는 금융계 밖에선 ‘보신주의’라고 비판받는 바이지만 부실이 적어야 우량은행이라는 관념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민간 금융기관들이 택할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역시 현 단계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금융사 실적이 고객가치에 앞서 추구되는 가치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고 이같은 구도를 깨려는 시도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는 자조 어린 한탄이다.

은행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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