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카드사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3~4% 정도 저렴한 금리에 최대 60개월까지 분할 상환 등 차별화 된 전략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동안 자동차가 캐피탈업계의 주요 먹거리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대형 카드사들이 이 시장을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 파이가 줄어든데 따른 자구책의 일환이다.
◇ ‘내구재 할부금융 시장’ 자동차 편중서 벗어날 수 있을까
국내 금융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해 온 캐피탈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부진 장기화에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는데 각종 규제의 칼날에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성장하는 시장이 자동차 할부금융이지만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이 시장은 캐피탈 이외에도 은행, 카드사 등 다수의 금융사들이 진출하면서 영업 환경은 레드오션에 들어간 지 오래다. 국내 할부 금융시장은 수년째 자동차 편중현상이 지속되면서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에 봉착해 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할부금융 시장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89.0%(10조3660억원), 2009년 88.7%(6조1564억원), 2010년 88.0% (9조2018억원), 2011년 83.6%(9조2154억원), 2012년 86.2%(8조9193억원), 2013년 87.5%(10조3431억원) 2014년 9월90.4%(9조0781억원)등으로 나타나 지난 2011년만 제외하고 매년 거의 90%에 육박하다.
한국기업평가 김봉식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약 60여개의 캐피탈사 들이 연간 10조원 정도의 자동차 할부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 시장이 된 지 오래이며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 카드사에 비해 이자율 낮고 대출금 상환기간도 2배 정도 길어
이에 따라 하나캐피탈, KB캐피탈, BS캐피탈, 효성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는 그 동안 카드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전자제품, 통신기계, 오토바이, 가구, 인테리어 등 내구재 할부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최근 알토란같은 성과를 거뒀다.
만약 이 같은 실적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자동차에 편중된 사업구조도 조만간 해소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지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이 취급하는 연간 내구재 할부 대출은 10조원 안팎이며, 이 중 4000~5000억원 정도가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으로 캐피탈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어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카드한도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처럼 대출을 해 구매하는 내구재 할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소매금융 중심의 캐피탈사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캐피탈사의 내구재 할부금융 상품은 대형 카드사에 비해 대출이자율이나 상환기간 면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카드사들의 연 평균 할부 이자율은 14~15%에 달하는 반면 이들 캐피탈사는 11~12%에 불과하다. 대출금 상환 기간 역시 최대 60개월로 카드사에 비해 2배 정도 길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할부금융 상품을 구매 할 때보다 최소 연 3%, 최대 5%까지 금리가 낮다”며 “서류준비 등의 대출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판매사도 가맹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데다, 개인정보 수집 범위와 관련해 카드사에 비해 요구하는 정보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일반적인 할부금융은 신용카드사의 할부구매가 대부분이나 캐피탈이 주력하는 할부금융 시장은 신용카드 한도로 구매하기 어려운 품목과 개인소비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일부 캐피탈, 신규 비즈니스 모델 제시 등 시장 활성화
현재 캐피탈 업계 가운데 내구재 할부금융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캐피탈이다. 지난 2013년 1월 국내 대표 오토바이 제조/판매사인 대림자동차, KR모터스와 오토바이 구입비용에 대한 할부 제휴로 시작해 현재는 가전, 가구, 자전거, 악기, 농기계 등 약 30여개사에 1000여개 제휴 대리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 에서도 내구재 할부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년 1월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 1위인 하프클럽 닷컴과 제휴를 하며 할부 시장을 새로운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카드사가 독식했던 온라인 할부금융 시장에 이 회사가 처음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제휴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모바일 쇼핑몰에서도 할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용할 예정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영제 KB캐피탈 마케팅홍보부장은 “내구재 할부 상품은 고객과 제휴사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쇼핑몰 진출은 할부 시장도 새로운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써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휴를 확대해나가고 모바일에서도 할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취급되고 있는 판매되는 내구재 할부 상품 구매시 소비자들의 자금계획에 따라 최장 36개월까지 할부기간을 주고 있으며, 판매금리도 년 무이자 0%부터 13%까지 카드할부 대비 저렴하다. 2014년도에는 내구재 할부상품 취급실적이 475억원이었고, 그 가운데 무이자 상품 취급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등 할부 금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캐피탈 역시 내구재 할부금융 상품 구성면에 가장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내구재 할부금융 부문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소비자들의 사용자 편의성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할부 제휴를 통한 판매금융 지원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말 대한노인회 복지사업단과 업무제휴를 맺고 생애주기별 통합서비스 금융지원 상품인 ‘생애주기 할부상품’을 출시했다. 생애주기 할부상품은 생애주기별 통합서비스 이용 시 최대 1000만원까지 할부로 지원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생애 필수행사에 대한 필요자금을 최대 36개월까지 장기로 분할납부할 수 있어 비용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성캐피탈과 BS캐피탈도 가전제품, 보일러, 안마기 등 200만~300만원대 제품을 내구재 할부금융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제한됐던 캐피탈사들의 부수업무가 네거티브(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이 작년보다 나아졌다”며 “자동차에 편중돼 있던 시장을 보다 확대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KB캐피탈은 자동차 할부금융에 편중된 캐피탈 업의 장기 비전에 대한 중점 전략과 카드 할부금융 시장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내구재 할부금융 시장을 선점하며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