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 및 보증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신용도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이 축소되는 등 은행의 여신관행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이에 대한 개선을 추진했다. 이번 은행연합회의 계획은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틀 안에서 세부지침을 만든 격이다.
◇ 성과보상 연동과 단기업적주의
은행연합회는 우선 KPI에 기술금융 관련 항목을 반영해 가중치를 부여했다. 임원 보상체계도 개선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하는 혁신성평가 결과를 3% 내외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하반기 처음 도입한 혁신성평가는 기술금융 확산(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50점), 사회적 책임이행(10점)을 평가요소로 도입했다.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KPI의 경우 기술금융 실적에 120~150%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기술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3% 내외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하나·외환·부산·광주은행은 반영 비중을 4%까지 확대했고 국민·농협은행 등은 기업금융점포, 복합금융점포 등 영업점 특성에 맞게 반영 비중을 차등화 했다. 이는 2015년 KPI 평가부터 적용된다.
결국 올해 당장 직원 성과 평가와 CEO 및 임원 성과보상에 연동시킴으로서 단기업적주의 폐해가 나타날 개연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보상체계에 연동시키기로 한 만큼 직원들이 적극적 취급하려는 동기로 작용을 할 수는 있다. 다만 과거 중소기업대출을 급격히 늘렸던 일부 시중은행들이 면책 조항과 함께 취급실적에 대한 KPI 반영률을 높이자 대출이 급격히 늘었다가 부실채권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사례가 재발할 방안은 빠져 버렸다는 지적이다.
◇ CEO 임원 성과보상 끼칠 영향 막대
기술금융 실적이 주요 지표인 혁신성평가 결과가 은행 CEO 및 임원들의 성과급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은행장과 수석부행장 등 최고경영층에는 혁신성 평가 결과 전체를 반영한다. 이밖에 영업 임원들도 담당 영업본부의 실적에 기술금융 공급규모 등 혁신성평가 항목의 주요사항을 반영하고 본부 임원에도 소관업무나 책임범위에 따라 일부 항목들을 반영하기로 했다.
8개 시중은행의 경우 혁신성평가 결과에 따라 상위 3개 은행 최고경영층은 성과평가점수에 가점을, 하위 2개 은행은 감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28일 금융위가 발표한 혁신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8개 시중은행 중 신한·우리·하나은행이 상위 3개, SC·씨티은행이 하위 2개 은행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 측은 “혁신성평가 비중을 3% 내외로 반영 시 은행 최고경영층 성과급이 5%에서 최고 12%까지 변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CEO에겐 여신 정책과 리스크관리 정책 고삐를 느슨하게 할 수 있고 임원들에겐 반드시 짚어야 할 사전심사는 느슨하게 운영하게 되고 사후관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을 방기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 면책 조항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
은행연합회는 CEO와 임직원들의 성과평가 체계 개선에다 중소기업 대출 관련 면책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라 면책대상 규정방식이 전환되면서 여신이 부실화되더라도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모두 면책될 수 있도록 은행 내규를 개정한 것이다.
또한 여신 취급 시 제반 규정에 대한 면책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해 면책사유를 보다 명확히 했다. 면책 체크리스트에 따른 필수 점검사항을 확인했다면 여신이 부실화돼도 담당 직원은 면책되는 것이다. 또한 여신 취급 및 사후관리 시점부터 5년 이상 경과한 경우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징계시효제도도 도입했다. 징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면책 조항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은행의 대출금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이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고위관계자는 “예대율 규제를 풀어줄 것도 아니면서 밀어내기식 지원을 독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부실채권이 생겨나면 책임지는 사람 없이 메꾸기만 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냐는 지적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은행업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돈을 맡아주는 은행이 부실이 날지도 모르는 곳에 대출을 해 주면서 관련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에만 영향을 미치고 결국 면책에 그친다면 누가 안심하고 돈을 맡기겠냐는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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