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는 제재 주체가 모호하고 제재 대상자의 항변권이 제약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이를 폐지하고 (가칭)금융제재위원회를 금융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신설해 제재 절차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현행 금융제재 제도 ‘원님재판’식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은 21일 ‘금융회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제도 개편 제안’을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21일 열린 제재심 결과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의 주의적 경고 경징계 결정이 내려졌으며, 최근 빈발하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 과정에서 금융사와 그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현재 진행 중인만큼 제재 제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금융정책패널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제재 제도가 ‘원님재판’ 식으로 운영돼 금융권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의 간섭 여지가 커진다”며 “이는 금융제재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금융산업 발전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제안서는 현행 금융제재 제도의 주요 문제점 중 가장 먼저 제재 주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제시했다. 제재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분담이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규정되지 않아 나눠먹기식 권한 배분이 이뤄지고 유사한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 담당 기관이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는 검사의 역할과 제재의 판단을 내리는 판사 역할을 금감원이 겸임해 제재심의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독립성도 미흡하다. 심의 과정에서 제재 대상자의 항변권도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
◇ 제재 대상자 항변권 보호해야
홍 교수는 “제재심은 법률상 제재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지위가 모호하고 제재권한도 없다”며 “금감원장이나 금융위원장의 영향력이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제재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져 금융권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서는 금융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금융제재위원회를 신설하자고 제시했다. 제재 기능을 감독 및 검사기능과 분리해 제재 절차의 공정성·독립성·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징계 권한 배분에 관한 다툼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설 제재 기구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홍 교수는 금융감독 관련 법률에 관련 규정을 명기하고 금융회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한 모든 제재 사건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되 과태료 부과는 감독기구 권한으로 존속하자고 주장했다.
제재 대상 기관이나 임직원들이 공정한 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행하고 제재 대상자가 결석한 상태로 제재 심리를 진행하는 것을 금지해 제재 대상자의 항변기회를 충분히 허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