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업구매전용카드시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세
개인이 물건을 사려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듯 기업 간 거래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인 기업구매전용카드의 이용 실적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카드, HN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전업 및 은행 겸영 카드사 12곳의 2014년 1분기 기업구매전용카드 취급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5조9605억원) 보다 무려 90.4%나 급증한 11조349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신용판매+현금서비스: 558조1498억원)의 8.3%에 불과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4.4%)에 비해 3.9%p나 성장한 것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는 지난 1분기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3조3725억원으로 신용카드 이용실적(20조9273억원)의 16.1%를 차지했다. 롯데카드도 2조8180억원으로, 자사 신용카드 이용실적(11조9627억원)의 23.5%나 됐다. 국내 카드업계 가운데 기업구매전용카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이밖에 신한카드(1조542억원·3.8%), 현대카드(2993억원·1.8%), 우리카드(1018억원·1.1%) 순으로 집계됐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과거 기업 간 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한 물품대금 실적 중 대기업 부문을 법인카드 실적에 산정해왔었지만, 지난해부터 법 개정으로 다시 기업카드구매 취급액으로 분류하면서 실적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카드사가 협력업체에 물품이나 용역대금을 결제할 때 현금결제나 기업구매전용카드 사용을 확대하도록 금융당국이 지도한 것 역시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삼성·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가 시장 주도
사실 기업구매전용카드는 지난 1999년 4월 도입된 이후 처음 한 동안 반짝한 이후 카드사로부터 외면 받아 ‘부진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8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3분기부터 기업 간 거래(B2B) 실적을 구매전용카드 취급실적에 포함시키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법인카드 실적으로 산정해 카드시장 점유율을 왜곡시켜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기업구매카드 도입 이듬해인 지난 2000년 기업구매카드가 전체 카드 이용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는 14.6%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06년 19.7%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카드사들은 기업구매카드의 비중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엔 기업구매카드가 전체 카드 이용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만에 10%대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다가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후 이 같은 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계 카드사는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전히 사업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업구매전용카드 취급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프 참조>
한편 기업계 카드사가 주도했던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에 신한카드, 우리카드 등 일부 은행계 카드사가 법인카드 영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서면서 향후 이 시장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법인카드 시장은 개인카드 부문에 비해 리스크는 적고 시장점유율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구매전용카드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는 것.
이와 관련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사실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은 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계 카드사가 강세를 보여 왔지만 올 들어 신한카드 등 일부 은행계 카드사가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시장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구매전용카드 시장을 놓고 삼성카드,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우리카드 간의 신구 대결 양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