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산업으로서 금융업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현장에서 정말 학수고대 하는 규제 현실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매트릭스 확산 한창인데 뒤늦은 복합영업 허용
금융위의 금융사 복합점포 활성화 방침에 따라 금융사들의 복합점포 확대는 물론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더욱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금융사 복합점포는 한 점포 내에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계열사가 입점해 있어도 출입문도 별도로 있는 물리적 공간 분리 등으로 실질적인 종합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다. 은행업무를 은행직원과 처리한 후 증권업무를 위해서는 자리를 이동해 증권직원과 또 다시 상담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계열사 공동상담실 내에서 고객 동의하에 각 업권별 직원이 동석해 정보를 공유하며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 초대형 은행지주사 한 관계자는 “기존 규제 틀 안에서도 복합 영업 효과를 내기 위해 매트릭스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이미 확산되고 있는 마당이어서 이번 규제 개혁 과제 가운데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은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 부동산임대 수익 늘어난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도입도 검토 중이다.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는 예금·연금·펀드·저축성보험 등을 1개의 계좌에 담아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한 금액 범위 내에서 예금이나 펀드 등 상품별 불입액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세제혜택도 통합해서 받게 된다. 익명을 청한 한 민간 연구기관 전문가는 “늦었으나마 한 계좌로 많은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터준 만큼 소비자로서는 후생이 증대되고 금융사로서는 종합금융서비스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업무용부동산 임대제한면적이 확대돼 임대 활용을 통한 수익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은행들은 소유하고 있는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임대면적이 직접사용면적의 1배 이내로 제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5층 건물의 1~2층을 은행 영업점으로 사용한다면 3~4층을 임대하고 남는 5층은 활용하지 못하고 창고로 방치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했다.
또한 지금까지 은행 소유 부동산에 대한 증축 및 리모델링에 대한 금지조항이 불분명해 은행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허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해외진출 점포에 유니버셜뱅킹 허용
해외에 진출한 금융사 지점들의 업무 영역이 늘어나 국내 금융산업의 외연 확대도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금산분리 원칙 등에 따라 금융사들의 겸업이 금지됐다. 보험, 증권 등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은행인 유니버셜뱅크가 국내에 등장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국내 규제가 해외진출 점포에도 그대로 적용돼 진출 국가가 겸업을 허용해도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불가능했다.
IMF 이전에는 대우증권이 베트남,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은행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사례가 있었지만 IMF 이후 부문별한 업무확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으로 동부화재의 라오스은행 지분 인수나 한화생명의 말레이시아은행 설립이 모두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진출 점포에 대해서는 현지법을 우선 적용, 현지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업무를 겸업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는 “수수료경쟁과 업권간 땅따먹기식 경쟁에서 탈피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 확대로 한국 금융산업의 외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역외 유니버셜 뱅킹 허용으로 이를 통한 국내 우회 진출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적절한 차단장치를 마련해 철저히 막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법으로도 해외현지법인이나 지점이 해외에서 직접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은 금지하고 있다.
또한 비은행 금융회사가 해외은행을, 국내은행이 해외 보험사를 소유하는 일도 가능해져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소비자 불편 해소
이번 금융위의 규제개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업주부의 신용카드 발급 허용이 대표적이다. 그간 전업주부나 창업 1년 미만의 자영업자, 외국인 등은 결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소득입증 및 카드발급기준 적용이 어려워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발급요건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의 경우, 배우자 소득의 일정비율을 가처분소득으로 인정해 이를 기준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에 적립된 포인트 사용을 위한 최소 적립요건도 폐지했다. 기존엔 5000포인트 이상을 모아야 포인트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포인트 적립액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창업을 원하는 마이스터고 재학생의 대출도 허용된다. 기존 청년창업 특례보증은 내규에 따라 만20세부터 가능했으나 이를 고등학생인 만17세로 낮추고 보증금액 한도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렸다.
◇ “진짜 손봐주기 바라는 규제 발굴 나서야”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개혁 소식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 또한 애써 숨기지는 않았다.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대율을 현실화하는 문제처럼 정말 긍정적 효과가 클 수 있는 부분이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예대율 관련한 숙원은 크게 두 가지다. CD금리 담합의혹을 잉태하게 했던 예수금 인정 항목에서 CD를 배제했던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커버드본드 발행의 경우 예수금으로 예외 인정해줘서 본드 발행분만큼 매칭해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창구에서 개인고객에 파는 CD와 커버드본드의 예외적 예수금 인정은 은행 자금중개 기능을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 전문가는 “개혁 과제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일선금융계가 간절히 바라는 개선 과제나 소비자 입장에서 절실한 개선 과제 발굴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윤·김효원 기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