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경북대지점장 시절 소식지를 펴내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때로는 시사적인 내용이나 한창 인기로 물오른 여행지 소개로, 아니면 음식이나 건강 등 생활 속 작은 이야기로, 나래를 더욱 펴면 금융·경제 이야기까지. 서로 아끼는 사이에 있는 고객들과 감성 소통의 깊고 맑은 샘물을 날라 주는 금융인이 있어 화제다.
한 뱅커의 작은 정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돈독한 커뮤니티로 가꾼것은 그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고객만족 경영의 한 갈래여서 더욱 그렇다. 인사 이동 때문에 일터를 옮기는 서운함도 잠시, 옮긴 만큼 지음지기(知音知己)는 갈수록 늘어났고 직접 거래를 않더라도 소중한 인연을 만나면 넉넉히 손잡아 주다 보니 주말 시간을 따스한 마음으로 채운 이메일 지기가 1000을 훌쩍 넘어 섰다.
행내 내부 고객들에겐 “모든 방향은 고객들로 향해야 하며, 변화는 나부터 혁신은 실천부터 ‘고객과 지역 속으로’ 뛰어들자”며 독려에 힘쓰고 있는 대구은행 김경룡 변화혁신추진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처음엔 “뭐 큰 일이라고……, 과분한 관심”이라며 손사래 치던 김 단장은 이내 담담하게 그 간의 사연을 전한다.
“요즘엔 A4지 열 쪽 안팎 분량으로 내고 있는 그냥 소박한 1인 매거진”이라고 소개한 이 소식지 이름은 ‘삶의 작은 향기’다. 올해만 3월 첫 월요일까지 10호가 나왔으니 벌써 100쪽 사연으로 아주 멀리 있는 고객에까지 마음을 주고 받고 있는 셈.
최근 나온 9호는 박성철의 책 행복 비타민 중에서 뽑아 낸 ‘사랑은 부메랑 같은 것’이라는 짧은 글을 얼굴로 내밀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면 나에게 절대 오지 않는 게 사랑의 법칙이라는 좋은 글귀를 나누며 우리 사회에 넘쳤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나누려 한 것일까.
고전이야기, 생활 경제 정보, 유머 모음 등 편집이 끝나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자정에 인터넷에 새 매거진을 실어 보낸다. 잔잔한 호평이 쌓이고 지역민들의 입담에 오르내린 끝에 구미에서 보낸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 동안 퍼다 나른 작은 향기를 책으로 낸 일이 생겼다.
“좋은 글이 많았으니 책으로 엮어 보라”는 도저히 가벼이 들을 수 없는 열화와 같은 고객들의 성화가 이어지자 대구은행이 선뜻 지원해 주간단상만 가려 뽑은 책을 펴냈다고. 변함 없는 정성을 잇자 책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2011년과 이듬해까지 경산영업부장 시절 피어 올랐던 향기들을 다시 한 번 묶어 나왔다.
두 권의 책 모두 무료로 소중한 고객들에게 나눠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김경룡 단장. 처음에야 알짜 내용 간추리기가 어려웠지만 평소 틈틈이 찜해 놓고 주말에 집중적으로 공부 삼아 매달리다 보니 갈수록 ‘덜 부끄러운’ 작품으로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겸손해 한다.
특히 “이젠 주말이 다가온다 싶으면 ‘이런 글은 어떠냐’ ‘내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하면서 메일을 보내는 행동파 지인들이 몰려 든다”고 기다렸던 월요일 글을 본 뒤 고맙다는 답장 또한 수북이 쌓인다며 함박 웃음 짓는다. 소중한 고객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일이어서 멈출 수 없게 됐다는 김 단장의 소통과 나눔의 철학은 어렵지도 과하지도 않고 치우침이 없어 그윽하고 은은하며 그래서 오랜 울림을 남긴다.
2012년 7월 ‘금비야 또 내려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았던 때의 글이 바로 그렇다.
“도덕경에서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하여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물은 바위를 만나면 비켜가고 계곡을 만나면 빨리 흐르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유연함, 낮은 데로 흐르니 겸손,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니 희생, 그리고 씨앗 발아에 없어서는 안되는 창조의 힘이 되는 것이 물”이라는 그의 염원이 큰 공감으로 화했으리라는 걸 또 말해 무엇하랴.
김경룡 단장은 포항 청하에서 태어나 안강중학교와 대구상고,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경북대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입행 당시 주산 8단의 실력으로 주목받았던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대구 박민현·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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