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은행권 CEO들은 이미 생존을 건 무한 질주에 한창이라는 상황을 일깨웠다. 때 마침 금융연구원이 5일 내놓은 보고서 ‘2014년 금융여건과 금융트렌드’(구본성 선임연구위원)가 정리한 새롭고 격한 흐름의 틀과도 어긋남 없는 CEO들의 신년다짐은 소속 금융사 집단적 통찰력과 예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금융업을 둘러싼 여건에 대해선 무겁게 받아들이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이순우닫기이순우광고보고 기사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천강대임(天降大任, 하늘에서 큰 임무롤 맡길 때 시련과 역경을 먼저 내려 시험한다)’ 사자성어를 인용한 것처럼 발전적 극복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 경쟁과 혁신에 따른 구조변화 대응 자세
활로를 먼저 열고 경쟁우위와 시장기회를 선점하는데 역량을 모으겠다는 의지 또한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 뿐 아니라 국내 경제계 차원에서도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 그리고 영업채널 혁신론이 무르익고 있는 점은 앞으로 꾸준한 관심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한은 내부 장기근속자 비중을 염려한 것과 같은 직접적 표현은 삼가했지만 인력의 재배치와 영업채널을 포함해 급격한 금융여건과 거래 중심 변화에 최적화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여러 CEO들에게서 나타났다.
신한지주 한동우 회장이 “저수익 환경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가볍고 효율적인 조직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조직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전략 재검토, 효율성 관점에서 조직 재편 작업을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상당한 고통이 따르겠지만 지속가능한 성장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값진 열매”를 위해 양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역시 인력운용효율화, 채널 재배치, IT부분 등의 획기적 비용구조개선”을 부르짖었고 “판을 바꾸는 혁신”을 이끌고 나선 김정태닫기김정태광고보고 기사보기 하나금융 회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도 거센 혁신이 추진될 것임을 암시했다. 앞서 지난해 말 취임사로 신년사를 가름한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점포운영 비용집행 인력배치 등에 비효율은 없는지 찬찬히 깊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고객중심, 동반자형 금융서비스 확대
특히 과거와 달리 지금 펼치고 있는 혁신과 자발적 구조조정은 고객과의 관계, 고객가치 등을 중심에 놓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다른 점으로 풀이된다. 임영록 회장은 “가장 잘하는 분야 경쟁력을 확실히 다지겠다”면서도 은행에 한정된 소매금융이 아니라 증권/생명/자산운용 등 금융니즈 전반에 걸친 고객기반 확대와 내실성장 노선을 천명했다.
업권별 장벽을 넘나들고 온·오프 채널을 자유로이 드나들면서 고객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골라서 맞춤형으로 원할 때 최선의 파트너가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생존이 좌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모든 CEO들에게 공통적이다. 업권의 경계를 뛰어넘는 서비스 선점(김정태 회장) 필요성, 여신 뿐 아니라 투융자복합상품이나 대체투자 방안 등 고객자산과 보유자산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창조적 금융(한동우 회장), 고객 Retention(유지) 및 고객관리 프로그램 강화(이순우 회장) 등의 집중점을 제시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지 않은 셈이다.
◇ M&A~상황별 맞춤형 글로벌 책략~정책금융의 새 단계
임종룡닫기임종룡광고보고 기사보기 회장은 다른 선발 은행지주사들이 M&A를 통해 성장한 것을 두고 씩씩하게 추격전을 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우리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따라 성공적 M&A로 이끌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수익원 확보→건전한 재무상태→사업규모 확대’ 선순환 고리를 완비하겠다는 책략이다. 비은행 M&A를 지속추진하겠다는 임영록 회장의 눈초리도 한층 매서워지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 비중을 국내와 버금갈 정도로 키울 시스템 마련(김정태), 현지화와 신시장 개척을 겨냥해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 적극고려(한동우), 아시아 신흥시장 진출해외진출(권선주), 등 국내 시장 지배력과의 격차를 좁히는 현지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점도 눈에 띈다.
다른 한편, 올해 들어 두드러질 트렌드 가운데 정책금융 리더십과 포괄성과 관련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회장의 구상은 기술금융은 물론 M&A와 바이아웃펀드 참여를 통해 창업-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굳건히 하고 우리 기업들과 동반진출을 꾀하는 등 한 차원 높은 플레이어로 발돋움 하겠다고 별렀다.
끝으로 이 모든 혁신은 내부 인력의 전문성과 역량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인식 아래 내외부 연수확대 등 금융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리겠다는 약속에도 대부분 동참한 점이 돋보인다. 어려울수록 역량을 탄탄히 다져 가면서 고객과 시장 변화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이 어떤 열매로 열릴지 주목할 만 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