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크카드 발급 14년만에 처음으로 급감
국내 체크카드 발급장수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용카드 대체 상품으로 체크카드 발급이 큰 폭 늘었지만 포화상태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은 9월말 체크카드 발급 수가 9604만장으로 1분기 전인 지난 6월말에 비해 768만장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말과 비교해서도 310만장이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 1999년 체크카드가 도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체크카드 발급 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올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축소한 반면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은 30%로 유지하면서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발급 수를 맹추격했다. 지난 3월말 체크카드 발급 수가 처음으로 1억장을 넘어섰고 6월말 체크카드 발급 수는 1억372만장으로 같은 기간 발급된 신용카드 수 1억1534만장과 간격을 좁혔다. (본지 지난 9일자 ‘질주하던 체크카드시장’ 이상 기류 감지’ 기사참조)
하지만 부가서비스 미흡과 사용자 포화로 신규 발급이 큰 폭 줄었다. 여기에 신한카드가 위·변조, 보이스피싱282 등으로 사용이 중단된 체크카드를 지난 3분기부터 발급 실적에서 제외하면서 카드 발급장수가 큰 폭 감소했다. 체크카드는 지정된 거래 계좌에서 돈을 꺼내 쓰기 때문에 한 장 이상의 카드가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
◇ 은행계 카드사들 독주현상 지속
체크카드는 여전히 은행계 카드사의 독점 현상이 두드러졌다. 은행계 전업카드사와 겸영은행의 체크카드 수는 전체의 93.8%(9008만장)를 차지했다. 회사별 체크카드는 KB국민카드가 1902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가 1898만장, 우리카드가 1010만장 순이었다. 롯데카드가 올 들어 32만장(15.3%) 증가했고, 우리카드 94만장(10.3%), NH농협카드132만장(8.2%) 등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경우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이 제휴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자체 체크카드를 발급함에 따라 발급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예컨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삼성카드는 274만장으로 작년말(328만장)에 비해 16.5%가량 줄었고, 현대카드도 81만장에 그쳤다. 전업 카드사 중 꼴지다. 작년 말(104만장)에 견줘도 22.1%나 감소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체크카드 영업 부진은 앞서 설명 했듯이 우체국 및 새마을금고와 제휴가 중단된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우체국과 새마을금고는 자체 체크카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두 기관이 발급한 체크카드는 지난달 말 현재 총 420만장 안팎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동양증권 CMA 관련 체크카드가 줄어든 것도 체크카드 감소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롯데카드는 체크카드 발급장수가 크게 늘어 대조를 이뤘다. 이 카드사는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체크카드 발급 수는 지난해 말보다 32만장 증가한 241만장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롯데카드 관계자는 “은행 및 증권사 등 24개의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60종의 체크카드를 발급 중이다. 카드센터와 홈페이지 등의 발급 채널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실적은 여전히 제자리수준이다. 삼성·현대·롯데카드를 모두 합해도 전체 체크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미하다. 한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 제휴 은행에 가서 제휴 체크카드 발급을 시도했지만, 창구 직원은 해당 상품에 대한 내용조차 잘 알지 못했다. 아무래도 계열 체크카드 발급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계 체크카드 영업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계좌 유지 수수료가 여전히 높은 점도 기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확대전략의 장애물이다.
◇ ‘일시적인 현상 ‘VS’포화’ 해석 분분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 지난 3분기 체크카드 발급 수가 급감하자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금감원은 이번 체크카드 발급 수 감소가 신한카드가 위·변조, 보이스피싱 등으로 사용이 중단된 체크카드를 지난 3분기부터 발급실적에서 제외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전체 체크카드 발급 수 중 신한카드가 발급실적에서 제외한 카드는 779만매로 전체 체크카드 발급 수 감소를 이끌었다. 만약 신한카드의 감소폭을 제외하면 전체 체크카드 발급 수는 오히려 6.5%(469만매) 증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계 변경으로 외형상 체크카드 발급 수가 감소했으나, 실질적인 체크카드 발급과 이용실적은 꾸준한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업계 일각에선 체크카드 발급 수 감소가 시장의 ‘포화’를 의미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주로 용돈과 같은 일정 한도 내에서 사용한다”며 “혜택이 다양한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한 장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 문제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이미 국민 1인당 체크카드를 2장 꼴로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포화’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쟁없는 체크카드 시장’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권 카드사가 체크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은행과 제휴를 맺어야 체크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계 카드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체크카드 시장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