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할부 혜택 탑재된 신용카드 발급 확대 영향
신용카드 할부결제 사용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따라 카드사의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 행사가 축소됨에 따라 신용카드 할부결제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불러 모았다. 이는 카드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무이자 할부서비스가 탑재된 신용카드 발급을 크게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서비스 행사가 축소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에서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카드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 상반기 신용카드 할부 사용 덜 긁었네 “왜”
카드사들이 대규모 무이자 할부서비스 행사를 축소하면서 신용카드 할부 사용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본지가 입수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NH농협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국내 주요 전업 및 겸영 카드사 10곳의 올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신용판매+현금서비스)은 244조 8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신용카드 할부결제 실적은 39조 9530억원으로 전체 이용실적의 16.3%를 차지했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5조 2684억원(2.2%)이 늘어난 반면 할부결제 취급고는 되레 3조8550억원(8.8%)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에서 할부 결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에 비해 2.0%p가 줄어든 16.3%를 기록했다. <표 참조> 이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영향으로 카드사들이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 전액을 부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카드할부 사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소폭 감소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이와 관련, 김영기닫기

우선 카드업계의 맏형인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신용카드 할부결제 취급고는 9조 7423억원으로, 전체 이용실적(53조 5395억원)의 18.2%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할부결제 취급 비중은 불과 0.7%p 감소했을 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판매 일시불 취급고는 34조 5203억원으로 전체 이용실적의 61.6%로, 이는 2012년 상반기(58.1%)에 비해 3.5%p 늘어난 것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도 카드 이용액 중 신용판매 할부 결제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동기에 비해 1.8%p 감소했고,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또한 3.8%p, 2.3%p 정도 각각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서비스 제공이 축소되면서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 추세도 주춤하는 분위기이다. 일례로 올 상반기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 하는데 그쳤다. 이는 여신금융협회가 신용카드 이용실적 통계를 산출한 이래 가장 낮은 최저치다. 그만큼 신용카드의 소비 진작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혜택 탑재된 카드발급 확대
사실 올해 초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서비스 축소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가 가맹점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과도한 비용이 필요한 판촉행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다. 상시적으로 운영하던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게 된 것. 그러나 카드사들은 지난 2월 중순부터 판촉용 무이자할부가 중단되자, 고객 편의를 위해 무이자 할부 기능이 탑재 카드를 준비해놨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우선 전업 카드사 가운데 현대카드가 무이자 할부 전용 카드가 7개로 가장 많다. 현대카드 ZERO, 현대카드DIRECT, 현대카드V, 현대카드O, 현대카드F 등 5개가 전 가맹점에서 5만원 이상 결제 시 최장 3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다만 플래티넘 3시리즈는 전월 실적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 2~3개월 무이자할부가 된다.
삼성카드는 숫자카드를 내세워 무이자 할부 혜택 선전에 가세했다.‘삼성카드1’은 모든 가맹점 2~4개월, ‘삼성카드4’는 모든 가맹점 2~3개월, ‘삼성카드3’는 특정 백화점 및 대형할인점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준다. ‘삼성카드5’는 쇼핑 및 교육 업종 2~3개월, ‘삼성카드6’는 자동차보험 2~3개월, ‘삼성카드7’은 모든 가맹점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2~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롯데카드도 모든 신용카드 상품에 대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닷컴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기본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롯데닷컴에서는 가전 등 일부제품에 한해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롯데마트 DC100카드를 이용하면 전월실적에 상관없이 전 가맹점에서 10만원이상 결제 건에 대해 2~3개월 무이자할부도 제공한다.
하나SK카드는 대표적인 밀리언셀러 ‘하나SK 빅팟카드’가 전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밖에 특정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상품은 알라딘 카드와 디큐브시티 카드가 있다. 또한 이들 카드사들은 홈쇼핑에서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GS홈쇼핑, CJ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NH홈쇼핑, 홈앤쇼핑 6개 홈쇼핑에서는 2~12개월 무이자할부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체의 한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 이후 카드사들과 홈쇼핑업체들은 비용분담 원칙을 지켜 무이자할부 행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카드사들은 우수고객에 한해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지속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신용카드 이용실적에서 할부결제 취급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당초 전망과는 달리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최현 여신금융협회 카드부장은 “실제 논란이 된 대형마트와 백화점업종 등에서 지난 상반기 신용카드 할부 거래 비중은 줄었다”고 설명한 뒤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축소되면서 할부 거래시 일정 수수료를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A카드사는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전체 이용실적 가운데 할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27% 수준으로 3%p 가량 떨어졌다. B카드사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업종에서 할부거래 비중이 전년 동기보다 4%p 가까이 줄었다. C카드사도 1분기 유통업종 전반 할부거래 매출 자체가 전년 동기보다 10~20%까지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신용카드 할부서비스 줄이면 서민경제 어려워져”
이처럼 카드사들이 상시 행사용 무이자 할부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할부 결제서비스를 줄이면 서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신용카드 할부 이용 특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이 카드사에 불리하게 끝날 경우 카드사 수익 하락을 넘어서 소비 둔화와 서민경제 악화 등의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이용 고객 중 72.9%가 최근 1년 이내에 할부 결제 경험이 있으며, 35%는 매월 1회 이상 할부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 결제를 자주 이용하는 고빈도 그룹은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지만,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할부를 자주 이용하는 그룹의 연 소득은 할부 결제를 이용하지 않거나 빈도가 낮은 그룹보다 약 300만∼500만원이 많았다. 그러나 순금융자산이 2770만원으로, 이용하지 않는 그룹(5012만원)보다 2240만원 가량 적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오영선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는 소득과 소비성향이 높지만 갖고 있는 현금이 적어 할부 결제를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할부 수수료 규제에 따른 카드사들의 할부 결제서비스 위축이 소비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계의 연소득 수준에 따라 신용카드 할부 결제 이용 현황을 검토한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할부 의존도가 높았다. 카드사들이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식료품과 외식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분야에까지 할부서비스를 적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가계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그룹의 경우 신용카드 이용액에서 차지하는 할부 이용액 비중은 65%로, 1억원 이상 소득자의 46%보다 약 20%p 높았다. 또 이들 중 45.7%는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할부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전국 성인남녀 1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 2013년 주요 카드사별 신용카드 할부결제 취급 현황 〉
(단위 : 억원, %, %p)
주1)금감원 업무보고서 기준으로 작용됨
주2) 신용카드 이용액(신용판매액+현금서비스 이용액)
(자료 : 각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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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