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 마케팅 확대와 경기 침체로 서민이용 늘어
지난해에 이어 카드론 취급 실적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고금리 카드론에 대해 가입자의 이용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는 등 각종 규제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비대면 채널로도 신청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가 간편해, 경기침체 속에 카드론을 찾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카드론 실적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드론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발급규제와 수수료체계 개편 등으로 줄어든 수익의 일정 부문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금융당국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금리 산정 체계를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금리로 카드대출을 운영하는 카드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카드대출의 또 다른 축인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은 지난 2011년 2분기에 깜짝 반등 이후 실적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대조를 보였다.
◇ 주요 카드사 10개사 가운데 8개사가 카드론 확대
금융당국의 대출자산 건전성제고 압박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카드대출 이용실적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NH농협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국내 주요 전업 및 겸영 카드사 10곳의 올 상반기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신규 취급액은 46조 4652억원으로 전년 동기(47조 7777억원) 보다 1조 315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처럼 카드대출 취급액이 줄어든 것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대출자산 축소 필요성 때문에 대출 마케팅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대출 가운데 현금서비스 보다 이용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드론 상품은 지난해에 이어 실적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한카드 등 국내 주요 전업 및 겸영 카드사 10곳의 올 상반기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13조 57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5962억원) 보다 1조 9820억원이나 증가했다.
비록 카드론 금리가 15~17% 내외로 은행 대출보다는 높지만 저축은행 등 여타 제 2금융권에서 받는 신용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 소액대출을 받기에 큰 부담이 없어 고객들도 선호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최현 카드부장은 “카드론은 상대적으로 우량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현금서비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대출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별 마케팅 전략에 따라 실적의 희비는 엇갈렸다. 먼저 카드업계 맏형 격인 신한카드는 금년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이 3조 36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7836억원에 비해 5841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프 참조>
신한카드는 현금서비스 대신 카드론 마케팅에 집중하고, 그 중에서도 우량 고객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우량고객 위주의 카드론 자산을 늘리고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신한카드가 한 발 앞섰다는 평가다.
신한카드는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 대해서는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6등급 신용자에 대해서는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어서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올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이 2조 37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7807억원에 비해 무려 5916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 카드사의 경우 12개월 이상 카드론을 이용한 전체 회원 중 34.7%가 연18%~20% 미만의 금리를 이용했고, 최고금리 구간인 연 26~28%미만의 회원도 14.2%나 됐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KB국민카드는 카드론 사업에서 2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이 카드사는 이번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74.0%(866억원)나 증가한 2036억원을 실현했다. 다만 카드론 실적 증가에 따른 여파로 고객 연체율은 전년 말에 비해 0.86%포인트 상승한 2.15%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도 상반기 카드론 신규 취급액이 2조 3565억원과 2조 26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42억원, 2979억원이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와 하나SK카드, 우리카드 역시 카드론 취급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480억원, 2954억원, 1175억원 등이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대부분 전업계 카드사들의 카드론 실적이 늘어났지만 NH농협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 등 겸영 카드사들의 취급실적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취급액이 2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2195억원 보다 91억원이 감소했으며, 외환은행과 씨티은행도 상반기에 2801억원와 2668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보다 각각 739억원, 1345억원이 빠졌다.
이들 겸영 카드사 3곳의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이 감소한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선제적 대응책으로 마케팅을 자제한 결과로 진단된다. 아울러 카드사들의 카드대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금서비스는 지난 2011년 2분기(이용금액 20조 5870억원)에 잠깐 반등이후 실적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처음으로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카드대란 이후 최저치인 80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 10곳의 상반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32조 8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36조 1815억원에 비해 3조 2945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무려 9.1%나 빠진 것이다. 이처럼 현금서비스 실적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국내 경기불황에 대비한 카드사들의 대출사용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고금리에 따른 부담감으로 카드사용자 역시 이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현재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고금리로 현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업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이용자 5명 중 1명은 30%에 육박하는 이자를 내고 있다. 대부업의 최고 금리가 39%라는 점에서 상당수의 현금서비스 이용자가 대부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자를 내는 셈이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훼손된 카드사들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벌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카드론 등 카드대출 금리인하로 수익성 감소 불가피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 같은 전략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수현 원장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카드론, 리볼빙 및 현금서비스 등의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지시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카드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카드론 금리의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카드론 모범규준을 만들고 비교 공시를 강화하면 카드론 금리가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카드사들의 대출 모범규준을 은행권 수준으로 강화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로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이자율이 실제로 내려가면 카드사 순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로서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관련 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에 이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과 관련한 수익마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상호여전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카드사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TF를 통해 관련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일단 최근에 확정된 1차 안에 따르면 카드론의 연체이자 산정방식은 연체기간에 따라 일정한 금리를 더 부과하는 쪽으로 개선된다. 31일 이내 연체의 경우 연체이자는 ‘대출금리+3%포인트’, 32~60일은 4%포인트를 더 얹고 61~90일 연체하면 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 식이다. 산정방식이 바뀌면 카드론 연체이자도 크게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개별적으로 연체이자를 산정하는데 연체이자율은 높게는 29.9%에 이른다.
금리산정 방식도 바뀐다. 카드론 금리를 책정할 때 대출금리와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포인트 적립 비용 △할인서비스 비용 △무이자할부 비용 △신용판매 관련 일회성 판촉 비용 등을 원가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모집인 수당, 연체채권 추심 비용 등도 업무원가에 포함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카드론 금리체계 변경안을 마련해 오는 1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선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론 모범규준 안이 확정될 경우 카드론 금리도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높은 이율을 매겨 거두는 수익 비중이 큰 카드사들은 당국의 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오면 수익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A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을 이용한 전체 회원 중 19.5%가 최고금리 구간인 연 26~28%미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카드사는 이번 상반기 카드론 수입이 크게 늘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76.6%가 20% 이상의 이율을 부담하고 있는 B카드사도 금융당국의 합리화 방안으로 금융서비스에 적용되는 금리가 내리면 수익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카드사 관계자는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관련 부분 수익 비중이 높은 카드사는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경비 지출을 줄이는 등의 경영 합리화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