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기준변경만으로 실적널뛰기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요즘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증권업종의 경우 재평가할 자산이 많지 않아 실적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자회사나 유형자산이 많은 자동차, 화학업종의 경우 회계기준을 바꿨다는 그 자체만으로 실적이 대폭 좋아졌다.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자본시장의 세계화추세에 맞춰 작성된 단일회계기준을 뜻한다. 12월 결산법인은 올해 1분기부터 이 IFRS기준으로 분기보고서를 작성하고, 10년 1분기 K-GAAP(한국 기업회계기준) 실적을 IFRS기준으로 재작성해 기재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 기업들이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은 혼란스런 모습이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회계기준을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적이 널뛰기를 해서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SK텔레콤, 포스코의 경우 감가상각법변경(정률법-정액법)에 따라 연간비용감소효과가 각각 3000억원, 6000억원에 달한다. 재고자산평가로 턴어라운드를 꾀한 회사도 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GS칼텍스와 S-Oil은 지난해 4분기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재고자산 평가변경에 따른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재고자산 평가방법을 후입선출법에서 가중평균법으로 바꿔 영업이익이 약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은행들도 웃었다. 부동산PF에 따른 부실로 몸살을 앓은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1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탠 변수는 국제회계기준도입에 따른 대손충당금 기준의 변화. 충당금을 적립할 때 과거 회계기준 아래서는 금융감독원 규정에 의해 BIS 기준 예상손실률 적용) 혹은 은행의 자체 추정 예상손실률에 의한 금액 가운데 큰 금액을 적립했다. 하지만 IFRS 아래서는 발생손실 기준의 적립만 가능하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적립한 충당금의 영향으로 과거의 손실발생률이 예상손실률보다 낮았고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이 감소해 실적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증권업종은 회계기준변경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증권사의 자산, 부채는 이미 시장가격으로 평가받아 자산재평가의 여력이 크지 않아서다.
한화증권 정보승 연구원은 “기존 회계기준 아래서도 증권사의 자산부채는 시가평가의 원칙에 따라 시장에 대부분 노출된 상황”이라며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자회사를 거느린 증권사를 제외하곤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 우량자회사, 유형자산 재평가에 따라 희비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할까? 몇가지 차이점만 알아도 투자의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투자증권 노근환 연구원은 “IFRS의 가장 큰 특징은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 지배기업의 소유주, 즉 주주에 귀속되는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지배주주지분의 성과를 차감해야 한다”며 “PER을 계산할 때는 지배주주지분이익을, PBR을 계산하기 위한 자본항목으로는 지배주주지분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이도환 연구원도 “IFRS 전환 이후 재무제표 상의 가장 큰 변화는 연결재무제표의 주 재무제표화이다. 연결 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되면서 빙산의 일각(一角)인 기업들이 IFRS 전환으로 인해 빙산 전체가 재무제표 상에 드러날 수 있게 되었다”며 “결국 글로벌 생산이 확대되며 우량 해외 자회사를 많이 보유한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제회계기준이 자산재평가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유무형자산이 많은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신 연구원은 “기업가치의 본질적 변화는 없으나 재무상태와 영업활동에 대한 평가기준 및 방식의 변화를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 마련했다”며 “핵심자회사나 재평가받을 유무형자산이 많은 자동차, 정유/화학, 소비재 등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IFRS =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국제회계기준)는 자본시장의 세계화추세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단일기준으로 작성되는 회계기준을 뜻한다. 재무제표 상의 가장 큰 변화는 개별재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바꿔 자회사실적, 유형자산 등이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 국제회계기준과 현행 회계기준의 주요 차이 〉
항 목 국제회계기준 국내기준 관련항목
① 회계처리원칙 원칙중심, 회계처리 규정중심, 구체적인 기업에 적합한
선택권 넓게 허용 회계처리방법 제공 회계처리 선택가능
② 공시체계 차이 연결재무제표를 개별재무제표를 연결재무제표
기본재무제표로 함 원칙으로 함 작성범위, 지분법 등
③ 자산ㆍ부채의 공정가치 평가를 강조함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투자부동산, 금융부채,
평가방법 차이 항목은 취득원가 평가 유형자산 등
④ 정책적 목적에 따른 거래의 실질에 맞는 일부 항목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기준의 차이 회계처리방법을 규정 특정 회계처리를 규제 상환우선주의 자본처리 등
<자료:금융감독원>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