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비용도 급증하고 있는데다 특히 저축은행은 PF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처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판 리먼사태’차단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섣부른 위기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PF대출 연체율 상승 등 여건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지난 2~3년간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거둔 덕에 위기를 견뎌낼 체력은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치솟고 있는 금리 속에 조달 규모는 급감
삼성카드는 지난 16일 2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7.48%의 금리로 발행했다.
이 회사는 2년물 회사채를 6월26일에 6.85%(100억원), 4월21일에는 6.00%(200억원)에 각각 발행한 바 있다. 근 5개월 만에 회사채 발행금리가 1.48%나 급등한 것이다.
신한카드도 3년물 회사채를 올해 3월10일에는 5.72%에 발행했으나 6월16일에는 6.87%, 8월19일에는 7.67%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든든한 그룹을 끼고 있고 신용도가 높아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조달금리가 높아져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할부금융사의 회사채 발행여건과 자금사정은 더 열악하다. 할부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해도 인수자를 찾기 힘들다”며 “일부 회사는 단기로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만기 때마다 롤오버(이월)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채권 발행액은 신용경색 여파로 올해 하반기 들어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할부금융사 발행채권 규모는 6월 1조2천960억원에서 7월 6천172억원, 지난 달에는 3천910억원으로 줄었고 신용카드사 발행채권도 7월 7천500억원에서 지난 달 5천4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 역시 고객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올려 이제는 7%대 예금금리가 대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보니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연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유동성 확보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축은행 PF대출 금융부실 뇌관되나
저축은행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06개 저축은행의 2007 회계연도(2007년 7월~2008년 6월) 순이익은 4794억원으로 전년보다 30.3% 급감했다. 6월 말 현재 연체율은 14.0%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졌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9.42%로 0.5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1%, 연체율은 14.3%에 이른다. 은행권의 PF대출비중 4.4%, 연체율 0.6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2곳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지방의 저축은행 5곳의 BIS 비율이 5% 밑으로 떨어져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을 위한 적기시정 조치를 받는 등 저축은행의 부실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의 87%인 12만8308채가 지방에 몰려있고, 이들 아파트 건설업체 상당수는 PF대출을 받은 상태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하지만 잘못하면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빠져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 2금융권, 섣부른 위기론 경계하자
하지만 이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PF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더라도 대부분 여신이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 회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이 넉넉치 못한 저축은행들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지만 현재 상태를 위기로 단정할 정도로 악화된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06년부터 저축은행의 업종별 대출한도를 30%로 제한하고, 부동산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확대하도록 하는 등 사전조치를 했다”며 “건전성이 취약한 곳들은 대형금융사와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안전판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