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절이라고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엔 주식시장이 반짝 오르며 살짝 기대를 하게 만들더니 돌아오자마자 ‘리먼’ 폭탄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공포가 휘몰아치고 간 하루였다.
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견뎌내는 것처럼 보이던 각종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도 ‘이제는 팔아야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며 이를 만류하던 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재테크 분야를 주로 취재하고 있는지라 일반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들은 지금 몹시 화가 나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 상당한 투자금액을 잃어서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들 역시 주식·펀드 투자의 결과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화를 내는 것은 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어느 누구도 지금 자신에게 그 어떤 조언이나 위로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액 계약자였는지 명절을 맞아 증권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한 투자자는 “이런 거 보낼 정성이면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나 한마디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사들은 매일 수많은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지만 A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어떻게 대처하라는 정보는 주지 못하고 있다. 분기마다 달랑 한두 장짜리 운용보고서를 보내기만 하면 할 도리를 다 한 것일까?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투자금액 중엔 결혼자금도 있고 전셋집을 옮겨갈 돈도 있으며 대학 등록금도 있다. 덕분에 결혼을 미룬다는 사람도 있고 전셋집을 줄여간다는 사람도 있으며 휴학해야 할 것 같다는 학생도 생겼다.
언제까지 이들을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차이나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든,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넘은 투자자들만 모아 손절매를 권하든 추가투자를 권하든, 그런 말조차 꺼내기가 두렵다면 푸념을 들어주고 등이라도 쓸어 주든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