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요구불 예금과 외화예금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더니 지난 21일에는 주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총액대출한도를 1조 6천억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금리 목표는 계속 동결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지금 자금사정은 빡빡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몇 달 전과 다름이 없는 것인가? 지준율 인상을 생각하면 빡빡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콜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일반적인 자금사정에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한은이 시중의 돈줄을 죄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했다면 그것은 눈속임일 뿐이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는가? 해답의 열쇠는 콜금리 동결에 있다. 어떤 요인에 의해서건 은행의 단기적 자금사정이 악화되면 원칙적으로 콜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왜냐 하면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을 거래하는 대표적인 시장이 콜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은이 무슨 조치를 취하건 간에 콜금리를 동결하기로 하는 이상 시중 자금사정은 원칙적으로 불변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경제학 교과서에는 지급준비율이 인상되면 시중 자금사정은 악화된다고 되어 있다. 물론 한국은행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말은 진실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은행이 콜금리 수준을 불변으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국은행은 지준율 인상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고 국공채를 내다팔고 단기자금시장에서 차입을 늘리는 것 때문에 시중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를 막기 위해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중 자금사정에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고 다만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국공채같은 수익자산이 줄어들고 그 대신 한은예치금이라는 무수익자산이 늘어나게 될 뿐이다.
이 거래의 거의 유일한 효과는 은행의 수지는 악화되고 한국은행의 수지는 개선된다는 것뿐이다.
총액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것의 효과 역시 콜금리를 동결하는 한 일반적인 자금사정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물론 일반은행들은 내년 초에 1조 6000억원을 한국은행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것 때문에 콜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한국은행은 다시 그 만큼의 돈을 은행에 풀어 주어야 한다.
그 결과 은행의 자금사정은 다시 종전과 동일하게 되고 유일한 효과는 중소기업 대출을 다른 자금운용처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당장 다음과 같이 반론할지도 모른다. 은행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지더라도 그것이 언제나 콜금리를 상승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이런 주장에도 진실의 일면은 있다. 은행이 지준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 꼭 콜차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CD를 싸게 발행함으로써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은행의 돈줄을 죌 경우 CD 유통수익률은 상승할지언정 콜금리는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몸을 내맡기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통화당국이 콜금리 수준을 조절하는 진정한 이유는 콜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내의 다른 이자율 수준에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총수요의 크기를 조절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콜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다른 금리가 오른다면 결국 총수요가 변동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자율 동결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의 전반적인 체온이 상승하는 데도 유독 체온이 오르지 않는 부위에 대해서만 체온을 측정하고는 체온이 불변이라고 진단하는 것과 같다.
현재 한국은행이 쓰는 정책은 80년대에서나 봄직한 정책이다.
이런 방식은 겉으로 보면 전체를 손대지 않고 일부분에만 특정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책목적을 달성하는 묘책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전체도 망가지고 부분도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하책이다.
한국은행은 꼼수를 버리고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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