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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증권사라도 자산관리영업 제대로 하자 (上)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3-26 21:02

펀드 캠페인 남발…직원들만 속탄다

펀드열풍 기류 속에서 증권사 등 다수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영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이 계열사와 관련된 특정 펀드만을 팔게하는 등 건전한 펀드판매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속속 드러나는 불완전한 펀드판매 시스템에 대한 중간 점검을 통해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개선해야할 부문을 2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현장을 돌아보니 풀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A증권사 지점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증권경력 11년)은 지난해 2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회사의 펀드 캠페인 압박에 따라 목표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스피 1400선에서 가입한 이 펀드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B증권사 지점의 장모 대리(증권경력 6년)는 펀드에 가입할 땐 해당 회사의 캠페인을 피해서 하라고 귀띔했다. 직원들이 오로지 실적에만 사로잡혀 시기적으로 가입할 펀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상품을 팔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들이 펀드상품 선택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단 캠페인이 걸리면 자기 돈으로 우선 막고 다음엔 지인, 그래도 부족하면 고객돈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부의 불만이 아니다. 이는 대다수 증권, 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들의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펀드 ‘열풍’ 속에서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영업전략의 일환으로 펀드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 캠페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캠페인을 잇달아 강행하는 등 사실상 강매 수준의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강매영업이 지속될 경우 펀드부실을 초래, 간접투자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1년 내내 걸리는 캠페인 = 대형증권사인 A사는 지난해 회사 내부적으로 4개의 캠페인을 잇달아 가동했다. 자산증대 캠페인에 이어 적립식, 랩어카운트, 주식형펀드 캠페인 등 쉴틈 없이 캠페인을 가동했다.

회사측은 “상품이 다양하게 나오면 고객들이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더욱이 시장 상황이 나쁘다고 펀드모집을 안할 수도 없고 그 가운데서도 이익을 내는 펀드를 만들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A사 지점 관계자는 “리서치에선 시장이 꺾인다며 주식을 팔아 현금화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도 불구, 무리한 목표할당을 부여받은 지점직원들은 주식형펀드를 팔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장사치도 아니고 종합자산관리를 표방한 회사에서 분명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는 펀드를 대표펀드로 팔라고 강요하는 것은 상도를 넘어선 행태”라고 꼬집었다.

C사 한 지점장은 “캠페인에 따라 주어진 목표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포상금 등이 주어지지만 이는 일부에 국한된 얘기”라며 “다수 직원들이 목표량을 채우지 못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지역본부장 호출도 빈번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론 모든 회사들이 일회성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D사(대형사)의 경우 2년 전부터 적립식과 일반 펀드에 대해 상시 캠페인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주력펀드를 만들기 보단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AI(대안투자)형 등 여러 상품을 두고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배분해야 향후 분쟁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일회성 캠페인을 하더라도 직급별 목표할당 등의 방식은 쓰지 않고 우수직원에 대해서만 반기별로 포상을 하는 증권사도 있다.

리서치서 ‘증시 꺾인다’ 불구 고객에 주식형 가입 권유

직원들, 마이너스 대출받아 펀드 가입 사례 빈번

지주사체제 혹은 계열운용사 있는 증권사 압박 거세

◆ 지주계열사 횡포 심해 = 중소형사나 계열운용사 등이 없는 증권사들은 특정 펀드를 팔아야 하는 대형사와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기자가 접촉한 중소형사 지점 직원들은 “계열운용사가 없어 일부에서처럼 특정 주력펀드만을 팔아야 하는 상황은 없다”며 “수익률이 괜찮은 상품을 골라서 고객성향과 시장상황에 맞게 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계열운용사가 있는 판매사, 지주계열 증권사나 은행의 경우 주력펀드에 대한 영업압박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체제의 E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지주사에서 계열카드사의 카드를 몇 십장씩 팔라고 직급별로 할당했다”며 “운용사 상품에 이어 카드사 상품까지 팔아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주계열사의 한 증권사도 최근 한 펀드에 대해 1조원을 팔아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가 회사 내부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객들로 하여금 적절한 분산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회사의 무리한 목표할당량 등 캠페인으로 인해 투자자 손실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불완전 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 신뢰도는 또 한번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국내 금융산업이 굉장히 낙후됐다고 보지만 그 중에서도 유통채널인 판매시장은 낙후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은행텔러의 경우 상담도 하지 않고 5분만에 펀드를 팔아치우는 현실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고 말했다.

즉 판매사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펀드판매시장은 성장할 수 없으며 고객들만 괜한 피해를 볼 뿐이라는 지적이다.



◆ 법 규정상에도 이미 명시 = 그렇다면 법 규정에는 뭐라고 언급됐을까. 여기에도 특정상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판매를 독려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증권업감독규정 4-20조(공동투자물 판매의 중립성)에 따르면 증권사는 특정상품에 대해 집중적인 판매독려를 해서는 안된다. 일반고객을 상대로 특정 공동투자물의 판매나 모집에 차별적인 판매촉진노력(영업직원에 대한 차별적인 보상이나 성과보수의 제공 및 집중적 판매독려 등)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어 판매대상을 단일운용사의 공동투자물로 한정하거나 차별적인 판매촉진 노력을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하지만 실제 판매사들은 차별적인 보상과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특정 상품에 대한 판매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고객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도 없으며 수탁고를 올리기 위한 회사차원의 캠페인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박광철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캠페인은 판매회사 내부의 문제로 목표할당 행위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목표량을 달성 못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강매로 볼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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