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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도 국적이 있나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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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12-10 21:11

전철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前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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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금융가에서는 갑자기 국내금융자본형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금융기관에 투자할 국내금융자본형성을 위하여 ‘사모주식펀드(private equity fund)’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그 예이다. 늦었지만 충분히 동감한다.

사실 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부와 주류경제학계에서는 자본의 국적성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외국자본이니 민족자본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면 좌파로 몰아붙이면서 자본에 국적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 자본의 물리적 기술적 성격에 정치적 인격을 부양하는 것은 주류경제틀에서 벗어난다는 반론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에 때로는 증권투자수익을 목적으로 때로는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의 외국금융자본의투자가 급증하였다. 그 결과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정성확대 그리고 정부의 금융정책전달효과 반감은 물론이고 외국계 자본의 국내 산업지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본의 국적성을 인정하지 않는 배경의 핵심은 물적자본의 기술적 물리적 생산기능만을 인식하는 것이고 자본의 소유자가 지향하는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금융자본에 있어서는 외국금융자본의 국내진출을 통하여 선진금융자본의 효율적 금융기법 그리고 그를 통한 세계금융시장참여확대를 지향하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화시대에 우리의 경제제도와 질서를 세계틀에 적응시키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성장력을 크게 제고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여 금융자본의 국적성에 관계없이 우리금융시장을 차별없이 개방하는 것이었다.

다만 외국자본의 과도지배 즉 독과점적 지위형성과 그 때문에 빚어지는 금융의 비효율은 물론 앞에서 말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및 정책전달효과의 반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항하여 국내금융자본형성을 제기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이해되는 바가 크다.

그리하여 국내금융자본형성 필요성을 계기로 자본(capital)에 대한 인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사실 경제용어 가운데 자본만큼 다양한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예컨대 “자본이 없어서 창업이 어렵다” 는 경우, 자본은 기업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는 뜻이다.

국민계정중 자본형성에서의 자본은 투자를 통한 실물생산수단을 의미한다. 또 자본가란 말에서의 자본은 어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지배하는 전체기업가 계층의 지배력을 의미한다(capital in general). 산업자본 및 금융자본에서의 자본은 실물생산부문 및 금융산업부문을 지배하는 집합개념의 기업을 의미한다(branch capital). 개별 기업을 의미하는 자본은 생산활동의 주체인 개별기업을 의미한다(individual capital).

또 외국자본에 대응하는 국내자본 또는 민족자본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소유자 국적이 자국이냐 타국이냐에 관한 구별이다. 외국을 위하여 이윤추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을 정치경제학에서는 매판자본(comprador capital)이라고 부르나, 89년 현실사회주의체제붕괴 이후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국내 금융자본형성론이 재론되는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금융자본의 부정적측면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금융자본형성론을 주장하기 위하여 이 기회에 자본의 국적성에 관하여 몇 가지 검증할 사항이 있다.

첫째, 기업활동이 생산수단의 소유자 국적에 따라 각 나라에 기여하는 성격이 다른가가 검증되어야 한다. 예컨대 자국기업(개별자본)이 아니면 자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 미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 예컨대 정부정책 불수용,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정성 유발 유무, 생산한 부의 해외유출 유무, 국내 피용자에 대한 차별성 등에 관한 것이다.

둘째, 만일 국내외자본의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이 검증되면, 어떤 방법으로 국내금융자본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된 국내 전업금융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기능과 성격 그리고 그 효율 등이 다른가. 다르다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참여 수용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외국자본이 국내금융자본을 잠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진출 허용을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셋째, 외국금융자본에 대한 대항자본으로서 국내의 금융전업자본 형성이 어렵다면 국가적 금융자본 형성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대항할 수 있다면 그 부작용 내지 정부지배의 비효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도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역사가 비록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 같다. 무의식적이기는 하나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사조속에서 이미 폐기되다시피한 자본의 성격논쟁이 부활한 것은 분명히 역사의 역설이다. 역시 역사는 단선적으로 발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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