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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불거지는 ‘제2카드 대란설’ 현실성 논란 가열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3-11-08 20:56

[Issue] 카드사 경영 위기놓고 시장 전문가와 금융 당국자간 의견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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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 - 실적악화로 카드채 발행 사실상 중단된 상태

금융당국자 - 1차 위기때와 다르며 내년 2분기엔 정상화 가능


제2차 `카드 대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부터 간간이 이어진 카드관련 지상보도는 자체적인 진화·발전 과정을 밟고 있는 듯 하다.

LG카드에서 시작된 카드사 증자 분위기에 이어 올해 카드사 누적적자 4조원, 실질 연체율 30%육박, 카드채 거래부진과 금리상승세 등의 재료들이 대란을 뒷받침하는 팩트(fa ct)로 등장했다. 금감위와 카드사장단 간담회에서 나온 자본확충 결의와 추심강화-연체기준 완화 같은 요소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시각은 국내 지상보도와는 사뭇 다른 듯 하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계속 바닥을 기고 있는데 카드영업이 개선되기 어렵고 연체율 상승과 적자심화 등도 시장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재료들이기 때문에 ‘카드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편집자주〉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지갑을 펼친다. 결제수단은 신용카드. 웃는 남자는 자신이 점점 늪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남자가 웃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낼 때마다 남자의 몸은 점점 아래로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괜찮아 괜찮아’를 반복하던 남자는 전혀 괜찮지 않게 끝을 알 수 없는 늪 안으로 그 자취를 감추었다. 남자를 삼킨 것은 다름 아닌 카드빚의 늪이었다.

위의 상황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공익광고의 내용이다. 동전은 지폐보다 얇고 가볍고 간편하게 지불수단으로 변모해 왔고 가볍고 간편한 것으로 친다면 카드만큼 편리한 지불 수단도 없을 것이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일단 외상으로 살 수 있다는 면에서 신용카드는 매우 매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성인이면 누구나 카드가 발급되는 시스템은 350만명이라는 어머어마한 숫자의,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의 빚쟁이들을 양산해 냈다.

카드 빚을 진 사람들은 대부분 고리대금업자와 맞먹는 카드회사의 전화독촉을 이기지 못해 다른 카드를 이용한 돌려 막기라는 방법을 택해 위의 공익광고와 같이 빚더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곤 한다.



■ 카드사 경영악화 조짐들 = 이처럼 신용불량자 양산은 카드사의 고객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영업적자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들어 9월말까지 LG, 삼성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적자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다. 당초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3분기에도 1조4460억원의 적자를 내 2분기(1조6780억원)와 비슷했다. 적자폭 확대로 카드사들이 상반기중 확충한 자본금은 다시 거의 까먹은 상황이다.

카드사의 경영실적을 좌우하는 연체율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9월말 현재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 연체율은 29.6%로 전달(27.3%)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실적악화와 연체율 상승으로 카드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고 있고 그나마 거래가 뚝 끊겼다. 〈본지 3일자 9면 ‘제2차 카드 쇼크’ 그림자 드리우나 참조〉

1년만기 LG카드채는 지난 주에 연 8.25%를 기록, 연중 최고(연 8.20%)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 5.4%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카드채 수익률은 6.12%까지 올라섰고, 외환카드채는 연 9.09%대를 나타내고 있다.

카드채 발행금리는 4월 연 7.42%, 5월 7.42%, 6월 7.65%를 나타낸 뒤 7월 7.54%, 8월 6.85%, 9월 6.35%로 꾸준히 낮아졌다. 지난달에는 연 6.47%로 높아지는 등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일부 단기채를 제외한 장기채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채권평가 관계자는 “수익률 급등과 함께 회사채 거래가 급감, 삼성카드채가 일부 거래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카드채의 거래는 거의 없다시피하다”며 “신규 발행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심각한 시장의 우려 = 시장에서는 “만일 카드사의 위기가 올 경우 상황은 지난 3월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차 카드위기가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 소식 이후 완전히 가라앉았지만 이번에는 추가합병 같은 ‘재료’가 없는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국 카드사 매각밖에 없는데 매각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다면 1차때보다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카드사들의 적자는 결국 자본금 확충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대주주가 추가증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1차때 시민단체 등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계열사를 지원했던 대주주들이 다시 증자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시장이 더 이상 카드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위기 때는 카드사의 자구노력이나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었지만, 다시 위기가 온다면 더 이상 그런 말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당국 “위기 가능성 낮아” = 하지만 금융당국자들은 “지금은 3월과 상황이 다르다”며 “카드사의 자금위기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한다. 1차 위기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여파가 투신권의 수익증권 환매로 이어지고, 그 불똥이 카드채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SK글로벌 사태 같은 ‘외부충격’이 없다. 자산관리공사의 원금탕감 방안 이후 카드사들이 채권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SK글로벌 사태와는 비교가 안된다.

2차 위기가 현실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감독당국과 카드사의 대응도 지난 3월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시장의 불안감을 제때 해소시켜 주지 못해 자금위기가 악화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드사 사장단 모임을 열어 채권 회수(추심)시간 연장 등 카드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반기중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도 대부분 연장해주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카드사들도 현재 추가증자 방안, 인력감축 등 자구책을 검토중이다.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현재 일부에서 우려하는 ‘제2카드대란설’은 실제 카드사의 상황에 비해 과민반응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큰 어려움에 빠진 카드사는 없으며 내년 1/4분기까지는 현 상태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도높은 자구계획 마련 = LG카드가 지난달 30일 3700만주 유상증자를 결의해 3500억~5000억원가량을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과 외환 우리 현대카드 등도 필요할 경우 증자에 나설 방침이다. 카드사들의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감독기준(8%)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다 카드사의 실적이 4분기(9∼12월)들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측은 “일부 카드사가 증자건으로 대주주와 사전 협의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혀 머지않아 2차 증자 바람이 불 전망이다.

또한 외환카드와 롯데카드가 지난 10월부터 0.4%의 취급수수료율을 부과한데 이어 비씨카드도 오는 12월부터 취급수수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모든 카드사의 현금 서비스에 취급수수료가 부과되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그러나 이자율 인상과 취급수수료율 신설만으로는 경영수지 개선효과가 미미해 가맹점 수수료율의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 카드 신용판매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가맹점 수수료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약 6000억원의 수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력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LG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도 지난 7일 기존의 30개 지점을 17개로 통폐합하고 사업부를 22개에서 17개로, 전체 116개팀을 97개팀 으로 각각 줄이는 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측은 회사 임원 29명중 7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선두업체가 인력과 조직 감축의 칼을 빼든 만큼 전업계 카드 종사자들로서는 어느 해보다도 힘든 연말을 맞게 됐다.



■ 내년 2분기 기점 반등 예상 = 신용카드사들에게 봄날은 과연 언제일까.

올 연말로 예상됐던 신용카드사들의 흑자 전환이 연말을 훌쩍 지나 내년 5, 6월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월간 기준 흑자 달성은 일러도 내년 2/4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기 및 소비활성화가 카드사 정상화에 가장 큰 변수”라며 “내년 3분기에는 충분히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 연말이면 카드사별로 월간 흑자를 달성하는 회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년가량 흑자 전환이 지연되리라 전망한 것이다.



  • 제2차 카드 쇼크’ 그림자 드리우나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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