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인사조치를 요구한 이유는 주택-국민 통합 당시 재해복구시스템에 쓸데없이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당시 캡제미니社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통합 이전까지 3개월간 사용할 자체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28억원을 썼다. 감사원은 무료로 시스템을 공급하겠다는 업체도 있었는데 굳이 거절한 것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항변했다.
“공짜로 해 준다는 업체가 어디 한둘입니까?”
이 한마디는 국내 금융IT업계의 현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지속적으로 다음 일거리를 따낼 수 있는데 더욱이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업체들간의 저가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최근 어느 상호저축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둘러싼 업체들의 입장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하드웨어를 포함해 20~30억원이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업체들이 6~7억원에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며 너도나도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인력을 그냥 놀게 하느니 싼값에라도 시스템을 구축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있는 금융기관 전산 담당자라면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싸지만 우수한 품질을 가려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업체들의 심리를 이용, 싼 값에 프로젝트를 맡겼으나 결과적으로 시스템 성능이 좋지 않아 울상을 짓는 금융기관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데 공생관계를 유지하려는 곳이 없으니 더 힘빠지네요”라는 IT업체 관계자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오는 요즘이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