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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길을 잃고 흔들리는 제 2금융권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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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7-14 05:00

고금리 대출로 반복되는 금융권 부실 진원지 전락
일본 신킨(信用金庫) 보여준 혁신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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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지금 한국의 제2금융권은 길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한때 ‘서민금융의 보루’, ‘지역경제의 혈관’이라 불리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단위조합 등은 이제 고금리 대출의 창구, 부동산 PF의 불안한 통로, 반복되는 내부 부실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금융 철학은 사라졌고, 공공성은 잊혔으며, 남은 것은 수익성과 리스크의 충돌뿐이다.

저축은행은 본래 ‘신용금고’로 출발했다. 도시 서민과 중소상공인을 위한 소액 금융기관이었고, 지역 기반의 포용적 금융을 지향했다.

그러나 IMF 이후 고금리 수익 모델로 급격히 전환되며 사실상 사금융화되었고, 부동산 PF 의존,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내부 통제 실패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졌으며 그 그림자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수협 단위조합 등 신용협동기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공동체 기반의 생활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협동조합형 금융기관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합원보다 외부 자산가를 상대하는 영업에 집중했고, 점포 확장 경쟁에 몰두하면서 공공성과 공동체 신뢰를 동시에 잃었다.

최근 연이어 터진 부실과 내부 사건들은 단순한 관리 실패가 아니라 정체성 붕괴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신킨(信用金庫)은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사례다.

신킨은 일본 제2금융권의 축을 이루는 비영리 협동조합 금융기관으로, 한국의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철학은 전혀 다르다.

신킨은 ‘신용’보다 신뢰를, ‘이익’보다 지역을, ‘확장’보다 지속을 중시하며, 바로 이 철학의 차이가 위기 때마다 신킨을 지켜낸 핵심이었다.

신킨은 법적으로 영업 지역이 제한돼 있어 무분별한 확장이 불가능하고, 부동산 PF나 고위험 금융상품도 거의 다루지 않는다.

대신 실수요자 중심의 중소 대출, 관계 금융, 상호 금융이 중심이며, “지역 안에서, 지역을 위해”라는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신킨의 규제, 전략, 내부 문화 전반에 관통하는 운영 원칙으로 작동한다.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 당시 수많은 금융기관이 도산했지만, 신킨은 중앙조정기구인 신킨중앙금고(信金中央金庫)를 중심으로 자생적 복원에 성공했다.

이 기구는 단순한 유동성 공급을 넘어 전체 네트워크가 손실을 공동 분담하고 위기 시 수평적 연대를 통해 도산을 막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중앙기구는 통제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보증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현재 신킨은 일본의 주요 도시은행과 견줄 만한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부실채권 관리나 자기자본비율 측면에서 제2지방은행들이 구조 개편 압박에 시달리는 것과는 달리, 신킨은 안정성과 신뢰도 모두에서 확고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예금자 만족도 또한 전국 최상위권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도시 금융의 실질적 엔진 역할을 지금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구조, 단순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신킨을 지탱하는 힘이다.

신킨의 성공은 특별한 기술의 결과가 아니다.

기술보다 설계를, 혁신보다 지속을, 수익보다 원칙을 선택한 결과이며, 자산 규모가 아니라 공동체의 복원력을,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생존을 우선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이 드러난다.

사실 한국의 제2금융권도 한때는 그런 길 위에 있었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실험이었고,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공동체 자금 순환 구조를 꿈꾸었다.

그러나 IMF 이후 금융산업의 재편 속에서 설계자는 사라졌고, 공공성은 민영화의 바람에, 신뢰는 외형 경쟁의 열기 속에 묻혔으며, 중앙기구는 형식만 남았고 내부 감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제2금융의 본래 길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제2금융은 제1금융의 하위 버전이 아니다. 다른 철학, 다른 구조, 다른 사명을 가진 ‘금융의 제2의 길’이었다.

이 길을 복원하기 위해선 몇 가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기구의 역할을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닌 위기 조정과 공동 책임을 실현하는 거버넌스로 재정의해야 한다.

둘째, 영업구역 제한과 지역 중심성을 회복하고, 확장보다 내실, 전국화보다 지역화를 우선해야 한다.

셋째, 조합원 중심 원칙을 복원하고, 비조합원 대상 고수익 영업은 제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PF와 같은 고위험 영업 형태는 사후 감독이 아니라 사전 구조 설계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개편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제2금융권도 다시 지역을 지탱하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되돌아볼 때다.

우리는 어디서 길을 잃었는가. 그리고 어떤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 신킨은 그 질문에 묵묵히, 그러나 단호하게 답하고 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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