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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여러분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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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7-05 18:26

홍세표 前 한미은행장·외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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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역경속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시는 여러분,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

무릇 CEO는 죽음의 심연에 한발을 이미 들여놓고 있는 격 이라고들 하지요. 공적자금 유입, 이에 따르는 MOU이행여부, BORDERLESS 경영의 방향, 이익과 주주가치의 극대화, 건전성, 투명성 등의 내용을 담은 GLOBALISM 추구 등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경영이 어려워 합병대상이 되는 은행의 은행장님들의 심경은 어떠시겠습니까 ?

반면 비록 당장은 우량은행으로 지목되어 합병 주체가 되는 은행의 은행장님도 결코 편한 마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과거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대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오던 은행들이 IMF 위기 이래 급전직하 부실은행으로 전락하고 가계금융 등 소매금융에 치우쳤던 은행들이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또 오늘의 우량은행도 앞으로 계속 우량은행으로 존속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음은 우리나라나 세계의 금융역사를 통해 통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어려운 경영상태인 중위권이하 은행도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우량은행으로 재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분투하시는 은행장님들께도 동정을 불금합니다.

이런 가운데 은행을 장차 어떻게 이끌어 갈지 여러 은행장님들의 심려가 크실 줄 짐작합니다.

그리고 이럴때일수록 훌륭한 비젼(VISION)을 가진 뛰어나고 선각적이며 영명한 역량을 지닌 카리스마적 은행장의 존재가 요청되고 또 부각된다고 할수 있겠지요. 누구나 그러한 CEO 의 출현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같이 카리스마가 있는 CEO는 장기적으로 보아 기업에 부(負)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CEO가 현직에 있는 동안은 좋을지 모르지만 일단 물러나게 되면 연속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그 후임자들, 내지는 기업자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J.C. 커린스와 J.I. 포라스가 같이 엮은 명저 ‘BUILT TO LAST - SUCCESSFUL HABITS OF VISIONARY COMPANIES’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체에 대하여 신화처럼 믿고 있는 사실들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열두 가지 붕괴된 신화(神話)를 열거하고 있는데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이 VISIONARY COMPANY (이하 ‘기업’이라 함)들에는 이른바 VISION을 가진 위대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항목입니다. 이러한 유형에 안 맞는, 오히려 정반대의 지도자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신화 2)

장기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조직 구축에 진력한, 즉 시각(時刻)을 알려주는 역할이 아니라 시계(時計)를 만들려고 노력한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CEO라는 것입니다.

내친김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붕괴된 신화를 들어보겠습니다.

“결코 변해서 안 되는 것은 부단한 변화의 당위”라는 신화(신화 5)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본적 가치관은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시대나 유행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근본적변혁 추진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CEO를 영입해야 한다는 신화(신화 9)”. 그러나 ‘기업’에서 CEO를 OUTSOURCING 한 예는 드물다고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신화 3. “성공한 기업은 이익추구를 최대의 목표로 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이나 주주가치의 극대화 실현 같은 경영학의 가르침은 ‘기업’의 원동력을 키우는 요소는 될 지언정 최대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기업’의 목표는 다양해서 주주가치나 기업이익은 여러 목표중의 두 항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화 12의 “CEO가 선각적 비젼을 갖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업’은 기본 이념을 살리기 위해 수 많은 수단을 동원하는 끝없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어왔고 또 겪어야 한다고 합니다. 선각적 비젼이란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들이 절대적인 것으로 믿었던 당위, 즉 신화가 하나하나 붕괴되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은행장님들께서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한결같이 이러한 신화들을 조직 발전을 위해 일구어 내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계시는 것 아닌지요 ? 또 그렇기 때문에 힘이 더 들고 괴로움을 당하시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논리에 대해서는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아무쪼록 시류를 타고 글로벌시대의 금과옥조로 신봉되던 이른바 당위에 발목이 잡혀 은행의 장기적 연속성, 즉 백년대계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교육에 배전의 노력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원들에게 애정을 가져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저서의 신화 11, “두가지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얻을 수 없다.”는 신화에 대한 반론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업’은 ‘OR의 억압’으로 스스로 목을 조이지 않는다. ‘기업’은 안정이냐 전진이냐 집단적 문화냐, 개인의 자주성이냐, 전통적 경영진이냐, 근본적 변화냐, 보수적 방법이냐, 사운을 건 대담한 모험이냐, 이익의 추구냐, 가치관과 목적의 존중이냐 하는 따위의 양자택일을 거부한다. 그리고 ”‘AND의 재능’을 중시한다.” A와 B의 택일이 아니라 양쪽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사고입니다.

더 이상 “EITHER.....OR.....”의 선택의 고민을 접고 용기 있게 양쪽을 모두 택하는 “AND”쪽으로 도전해 보심이 어떠신지요 ?

‘AND’의 철학에서는 적어도 우선순위는 있으되 배타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입니다. 마음의 짐이 덜어 질 것입니다.

GLOBAL STANDARD도 추구하시되 그 역(逆)도 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간단명료한 LOGIC이지요.

오늘의 은행을 어렵게 만든 전임은행장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만 행여 격려를 겸한 참고가 될까해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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