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재는 지난 달 한 대학 강연에서 "통화정책의 적시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 "시중에 통화가 너무 많이 풀려 금리정책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정 총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하고, "통화당국이 금리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먼저 시중에 풀려있는 통화를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처럼 시중에 통화가 넘쳐나는 상황에선 금리정책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이나 가계대출 문제도 이 같이 넘쳐나는 통화에서 발생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시장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또는 유지하든 별 반응이 없다"며 "실제로 지난 5월 콜금리를 25bp 올렸지만 시중금리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넘쳐나는 통화로 인해 부동산에 자금이 쏠리고, 은행들도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정수준으로 통화량을 조절해야 금리정책이 효과적으로 먹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 유동성 총량을 나타내는 M3(총유동성) 증가율은 가계대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으로 인해 11월 들어 다시 13%대로 재상승, 한은의 감시범위 상한선(12%)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한편 그는 "현재 은행권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해 내년엔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현재 은행권은 혼자만 살겠다는 의식이 팽배한 상태"라며 "이는 결국 또 다른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능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최근 하이닉스의 TFT/LCD 매각작업은 조흥은행 등 몇몇 은행의 비협조로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부채정리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 같은 상황은 언제일 지는 모르나 또 다른 위기 발생때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흑자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