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공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는 것 외에도 하나은행과의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만이 은행의 살길이다’라는 전제하에 하나은행은 제일, 서울 두 은행에 구애의 손길을 보냈고 제일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상당부분 진척시키는 듯 하더니 결국 무산됐다. 서울은행은 오는 12월1일 하나은행과 합병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은행의 진로를 놓고 이러한 엇갈림과 대비되게 서울은행은 합병에 따른 인력감원이라는 고통을 감수해야할 지도 모를 상황에 직면했고 제일은행은 행장의 강력한 의지로 이사회의 감원 요구를 무산시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제일은행의 코헨 행장은 이사회에서 직원 감축을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결국은 관철됐다.
코헨 행장의 주장은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인원 감축에 따른 비용 감소효과에 비해 노조 대립과 직원사기 저하에 따른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것.
또 목표대로 내년께 총자산 40조원, ROE(자기자본이익률) 25%를 달성 하는 경우 현재의 인원규모가 과다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직원수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진행 과정에서 인력감축 문제가 첨예하게 맞섰고 합병 무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금융계의 공공연한 비밀. 하나은행의 입장에서 제일은행이 인력을 감축하지 않는다면 합병 대상으로 별반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합병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서울은행은 지난해말 제일은행이 겪었던 고민에 부딪히게 됐다. 합병을 전후로 예보와 체결한 MOU 중 미이행 사항인 500명 추가감축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서울은행 인수와 관련, 예금보험공사와의 양해각서(MOU) 불이행에 따른 519명의 인원 감축을 합병 전에 서울은행에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행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서울은행 직원들에 대해 같은 은행원으로서 구조조정에 대한 아픔은 공감하지만 하나은행의 직원 수가 서울은행보다 적은데 비해 자산은 58조원으로 서울은행보다 많다”며 “인원 구조조정은 합병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과 은행원이 함께 가지 못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진정 함께 공존할수 있는 방안은 없는 지...”라며 아쉬워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