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한결같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전략을 집중시키면서 은행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IMF 이후 기업 영업이 위축됨에 따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모두 가계대출에 전력을 다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서 버블(bubble)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중소기업 시장에 참여하면서 덤핑공세에 가까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에 ‘따라하기(Me Too)’ 전략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이 갖고 있는 영업전략과 시장 기반을 무시한 채 유행처럼 시장을 좇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시장은 모든 은행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혼탁 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 노마진 전략을 구사하면서 다른 은행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은행도 ‘중소기업여신 확대를 위한 4대 방안’을 수립, 기업구매자금대출, 푸른기업자금대출 등 기업대출에 대한 실적증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0.5%의 금리를 깎아 주기로 한 것. 내실을 기해야 할 서울은행이 무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 시장에서의 비교 우위를 지켜온 기업은행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컨설팅 결과 중소기업시장에의 강점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중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사업부제를 도입한 이후 이 분야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민은행은 소매금융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민중이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금융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시장의 변화에 미리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거의 모든 은행들은 PB 영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이 PB 지점 설치에 160억원이라는 비용을 투입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지만 당장에 PB영업을 통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용이 과하다는 것.
조흥은행의 PB영업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PB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100억원의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 올 연말 전체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