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증권 매각 방침이 급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현대금융 3사 매각이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매각을 고집하던 정부가 현대금융 3사를 국내 우량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 AIG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푸르덴셜그룹 등 해외금융기관들이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명, 실사작업까지 끝마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사실상 해외매각은 물건너간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 해외금융기관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는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실한 인수 의사가 나오고 있는 곳이 없어 현대금융3사의 매각작업은 거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IMF이후 달러확보를 위해 해외매각이 급선무였지만 이젠 외환보유고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상황이어서 굳이 해외매각만을 고집할 필요성도 낮아진 것도 이런 추측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푸르덴셜측은 현투증권 실사 작업후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을 취하고 있지 않는데다 그밖의 다른 외국계 금융기관도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은행 대형화 추세에 편승, 두 증권사를 국내 우량은행에 떠 넘기는 방안을 적극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투신 등 현대금융3사의 경우 매각 조건 등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지주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사는 대우증권에 관심은 있지만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가격 조율이 전혀 안돼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인수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며 “또 일각에서는 서울은행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떠오른 하나은행이 금융지주회사로 가기 위해 업계 하위권인 하나증권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현대증권을 탐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현대증권만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을 동시에 인수, 부실을 떨어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인데 설사 국내 금융기관에 매각되더라도 고용승계문제에 앞서 현대증권 신주발행으로 생긴 자금을 현투증권에 재출자할 경우 현대증권 직원과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대우증권은 현재 인수후보로 특별히 거론되는 곳은 없지만 이미 올해초 국민은행과 산업은행 그리고 대우증권 경영진과 어느 정도 교감을 갖고 매각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매각 작업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즉 국민은행은 오는 9월 이후 전산통합을 완료하는 시점에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 증권사 인수를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 대우증권을 인수 대상 첫번째 후보로 정하고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