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5위권에 진입할 만큼 눈부신 외적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외적인 성장은 국내 보험사들의 시장 확대 위주 경영전략과 정부의 보험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따른 것이다.
특히 보험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보험계약자 보호 차원에서 보험회사를 보호,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발전을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는 보험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병폐를 여실히 보여줬다.
보험사는 물론 고객들은 더 이상 ‘보장’이라는 보험의 순기능을 무시한 ‘저축’ 위주의 보험상품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으며 정부도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보험사의 체질개선을 종용하며 보험산업은 절체 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였다. 보험사들은 뼈를 깎는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통해 외적 변수에 대한 면역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보험상품에 대한 인식 전환, 경영성장에 따른 국민소득 증가 등에 따라 향후 보험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험산업의 과거로 돌아가 현재까지 개혁의 핵심 논점들을 살펴보고 보험산업 제2의 비상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시장 환경 변화
지난 80년대 중반, 국내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험시장의 대내외 개방 등으로 국내 보험시장은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보험 시장 개방은 이미 보험업계의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했다.
실제로 대외환경 변수에 따른 성장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97년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는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단행 98년 8월 국제, 태평양, 고려, BYC생보의 퇴출을 시작으로 보험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이후 정부의 보험시장 구조조정이 꾸준히 지속돼 98년 11월에 대한보증과 한국보증의 합병으로 서울보증보험이 출범했다. 99년 10월에는 대한생명이 국유화되고 2000년에는 동아, 조선, 한덕, 국민, 두원, 태평양 등 6개 부실생보사가 정리되기에 이른다. 또한 2001년에 접어들어서도 현대, 삼신 등 2개 부실생보사와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의 매각과 영업정지,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의 매각 작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이러한 정부의 구조조정속에 생·손보 공통으로 금융 겸업화와 보험가격자유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휘말려 경영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카슈랑스 조기 도입, 외국계와 단종보험사들의 신규시장 진입, 역마진 우려 등으로 인한 체질 개선 노력도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특히 금융 지주회사법 제정과 오는 2003년 8월 전면 허용되는 방카슈랑스는 보험사의 경영 악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 보험사 수익성, 효율성 제고
지난 97년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사정에 합병 또는 정리된 보험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임차보증금, 이연자산 등 무수익자산 즉 부실자산으로 인한 자산운용수익율 제고의 한계성을 드러낸 것. 여기에 높은 실효해약률, 모집인의 낮은 정착률 등도 신설사의 수익성을 악와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생·손보사들은 설립 이래 사상 유래 없는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 우려는 말끔히 씻었다.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12월까지 총 2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11개 손해보험사들도 지난해까지 총 1조3260억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둬들였다.<표 참조>
보험사의 효율성 개선이 과거 외적 성장 위주에서 탈피, 질적 성장으로 탈바꿈 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생명보험의 실효해약율이 지난 92년을 정점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비율 추이를 살펴봐도 90년대 중반까지는 신설사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업비 과다지출로 사업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사업조직 축소와 모집조직 재편 노력에 따라 점차 감소되고 있다.
특히 해약율 감소는 생명보험사의 적극적인 홍보 및 완전 판매 전략,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에 대한 노력 및 계약자 서비스 강화 등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총자산 수익율도 90년대 중반이후 연평균 11.3%의 수익률을 기록해 3년만기 회사채 금리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저금리 기조 하에서 생명보험사는 자산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투자 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합산비율 추이를 보면 90년 대 들어 지난 92년을 제외하고 94년까지 합산비율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95년을 고비로 지난 97년까지 사업 침체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까지 현격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합산비율은 경과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손해보험사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 보험사 전문화 노력
최근 보험 가입자들은 ‘어떤 보험사 상품을 선택했느냐’보다 ‘어떤 조건에 보험 계약을 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고객이 재무 상황을 고려해 가격과 서비스가 나은 보험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국내 보험산업은 IMF 외환위기까지만 해도 질적 성장보다는 외형위주의 성장에 치중해 왔다. 즉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임직원 및 모집인의 전문성 확보 등 보험경영의 내실화 측면을 외면해 온 것이다.
과거 보험산업의 규제를 위한 규제아래 상품 및 가격이 유사하고 판매 방식이 동일하다 보니 외형위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로 대표되는 연고위주의 모집인 체제는 대량모집, 대량탈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고무적인 것은 97년을 전후해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모집조직의 구조적인 재편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적인 감소와 함께 기존 모집인들의 전문화 노력, 종신보험 전문설계사의 확충도 모집인 생산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저금리기조의 장기화 조짐, 단종사와 외국사들의 시장 진입에 따른 경쟁 격화 속에서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립 채산제를 기본으로 한 판매자회사 설립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보험사들은 기존 모집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 교보생명과 삼성, 현대, 동부화재 등 대형 생·손보사들이 기존 조직의 전문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겸업화가 가속화될 경우 보험회사는 상품 개발이라는 고유 업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수 업무를 아웃소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사업비 및 당기손익 추이>
(단위 : 억원)
/ / 사업비 / 당기손익
/ FY’95 / 64,190 / -8,504
/ FY’96 / 68,331 / -8,584
/ FY’97 / 71,753 / -8,454
/ FY’98 / 49,064 / -40,212
/ FY’99 / 38,333 / -9,808
/ FY’00 / 40,208 / -6,085
/ FY’01 3/4분기 / 32,157 / 1조8,846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