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보험사 사장단들은 현행 보험업계의 당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조찬은 최근 부임한 부원장과 보험감독국 실무진들과 사장단들의 가벼운 상견례라기 보다는 보험업계의 당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무거운 자리로 변했다.
예상대로 이날 조찬에서는 방카슈랑스, 유사보험, 고객보험약관 개정 등 여러안들이 오고 같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지급여력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교보생명 권경현 사장이 이와 관련, 제도 완화를 검토해줄 것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급여력제 완화에 공통된 목소리를 내던 사장단들은 금감원 강부원장의 ‘현행제도 유지’라는 단호한 한마디에 침묵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지급여력제가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과 건전성 잣대에 따른 보험사 영업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꾸준히 개선 필요성을 건의해온 것을 감안하면 의아한 분위기였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의 한마디에 모든 사장단들이 동의를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말을 해도 바뀔 것 같지도 않으니 차리리 말을 아껴 괜한 미움을 싸지 말자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또한 강부원장이 재무부와 재경부를 거쳐 금감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올 1월에 금감원 부원장으로 취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으로 현재 보험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보험업계 사장단들이 보험사의 현안문제에 대해선 더욱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이날 모임이 가벼운 조찬 모임이라고 굳이 규정한다면 이러한 지적이 오버센스라는 의견도 나올법 하다. 다만 모임의 의미보다는 사안의 진의를 생각한다면 한번쯤 보험사 사장단들이 강력히 공통된 목소리를 내보는 것은 어땠을 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타금융권에 비해 법적인 사각지대라며 울분을 토하던 사장단들이 멍석을 깔아줬는 데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도 이러한 아쉬움을 더한다.
지금 보험업계에 침묵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영자, 실무자들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