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에 민영의료보험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의료비 보장에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완벽히 보완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것. 지난해 8월 자동차보험 가격 자유화 이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이 요구된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손보사 건강보험 중에서도 민영의료보험은 그 필요성으로 인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에서도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민영의료보험 시장이 초기 단계 인데다 상품 판매에 따른 리스크 부담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뒤 따른다면 민영의료보험이 손보사 이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보건 정책 등 제도 개선 부분이 하루 빨리 보완돼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선점하라
지난 60년대 후반 손보사들은 회사 임직원과 일반 가족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상품을 개발, 최초의 건강상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손보사들의 건강보험 개발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기에 다양한 질병과 상해를 포괄적으로 보상하는 건강보험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민영의료보험이 손해보험업계의 새로운 ‘타크호스’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삼성화재가 지난 99년 10월 ‘삼성의료보험’을 출시해 본격적인 민영보험시대를 열었다. 이후 손해보험사들의 민영보험 상품 출시가 줄을 이으면서 이 보험은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표1 참조>
물론 과거 일부 생보사들이 질병과 상해에 대한 치료비(본인부담금, 비급여, 법정급여)를 보상하는 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생보사들의 민영의료보험은 본인부담금과 법정급여 중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MRI등 고가 의료기기 진료비)의 일부를 보상했다.
하지만 최근 손보사들이 내놓은 상품의 경우는 대부분 비급여 부분에 대한 치료비와 진료비를 모두 지원하는게 특징이다.
한 손보업계 전문가는 “건강에 대한 인식 전환과 예정 위험율 산출을 위한 자료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다양한 보장이 가능했던 게 민영의료보험이 도입된 토대를 마련했다”며 “최근에도 손보사들은 관련 상품 개발을 적극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보험의 운영행태 상으로 봐도 민영의료보험이 손보사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 등으로 건강을 상실했을 경우에 약정된 금액을 지급한다. 반면 손해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의 질병, 부상에 따른 의료비용, 장기간병 비용, 소득상실 등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처음으로 민영의료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한 손해보험사들은 예정이율과 보장내용 변동에 따라 엎그레이드된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손보사들이 시장 요구의 증가와 함께 고객에 맞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
최근들어서는 민영의료보험시장이 급상승하면서 대형사들간 상품 개발 경쟁이 본격화 될 조짐이다.
■ 왜 민영의료보험인가
민영의료보험은 국민의료보험의 보장 ‘사각지대’ 를 완벽히 보완하는 게 특징이다. 통상 포괄적인 개념의 건강보험에는 치료비 지급 범위와 방법에 따라 의료비용, 장기간병, 소득보상보험이 있다.
의료비용보험은 다시 공적의료보험과 유사한 성격을 띄는 경쟁 모델과 기본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보장하는 모델로 나뉜다.<표2 참조> 두 번째 모델에 따라 개발된 상품이 바로 민영의료보험이다. 이에 따라 국내민영의료보험도 국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적의료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정부의 의료비 부담율이 작아 고객 위급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국내 의료보험제도는 ‘저부담 저급여’ 원칙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부분 부담률이 OECD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지난 96년 기준 국민 의료비 22조 9549억원 중 공적부분은 10조 3000억원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이중 공적의료보험 조달비용은 5조700백억원으로 22%에 불과하다.
<표3 참조>
또한 대부분의 건강 민영보험은 3중 보장이론에 근거해 암을 비롯한 3대질병 진단 및 수술상품으로 보충의료보험으로의 기능이 미흡하다. 3대 질병 이외의 질병이나 상해부분의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것. 이로 인해 지난 99년의 민영보험 시장 규모가 총 30조원(본인부담금 총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인부담금 총액은 단체의 경우 29.6%(전체 근로자 중 1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비율), 개인의 경우 68.0%(전체 가구수 중 개인소득 월 150~500만원인 가구 비율)를 적용, 조정한 것이다.
또한 시장 규모는 국민보험의 보장 보완 범위를 법정급여부분으로 할 것인지 본인 부담금 총액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이번 통계에는 보충보험개념의 본인부담금총액을 보장 범위로 해 시장 규모를 산정한 것이다.
여기에 2005년까지 시장 규모가 최고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향
민영의료보험이 대표적인 보험 상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민영보험상품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예정 사망률 등 기초통계 부족, 정액 보상 위주의 상품 구조, 언더라이팅 심사 평가 기법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점을 갖는다. 또한 여기에 맞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건강보험의 위험률에는 단일 질병에 대한 위험율 뿐 아니라 복수의 질병이 유기적으로 고려돼 있다. 또한 예정사망률, 예정입원율과 예정평균재원일수 등 많은 변수가 상존한다. 이러한 건강보험 위험률 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통계자료가 집적돼야 한다. 국내 민영건강보험의 경우 역사가 짧아 기초통계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 상품은 역선택 위험과 도덕적 위험이 매우 높은 상품이다. 외국의 경우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일반 U/W(언더라이팅)조직 이외에 별도의 메디칼 디렉터가 있고 이를 보좌하는 U/W 팀을 운용하고 있다. 한 손해보험 상품 개발 실무 담당자는 “보장 내용과 범위를 미리 정해 놓지 않고 실손 보장을 지원하는 민영의료보험은 메리트가 크다”면서도 “도입 초기 손해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서는 우려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보장 질병과 범위 확대로 보험 인수에 따른 역선택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손보사들이 향후 민영보험상품의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료 납입 방법은 물론 프라이싱, 보상범위에 대한 신중한 적용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민영보험자의 참여범위 확대가 절실하다. 현행 민영보험은 공적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보충보험 형태로 민영보험자가 영위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민영의료보험자가 컨소시엄 형태로 사회보장제도에 참가해 공적의료보험과 병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료보험의 운영 효율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반드시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표2 참조>
또한 세제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보장성 보험 소득 공제(연간 70만원), 개인연금 소득공제(연간 240만원)가 있고 의료비 부분은 연간 의료비 지출액의 100만원 초과시 초과분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현행 사후 세제 혜택이 아닌 개인연금과 같이 별도의 보험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의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 또한 단체 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임직원 의료비 지원 기업 부담금이 50%이상시 전액 손비처리 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 표 1 > 손보사 민영의료보험 현황
/ 회 사 명 / 상 품 명 / 출시시기 및 상품 교체 시기
/ 삼성화재 / 삼성의료 / 2000. 10월,
/ 현대해상 / 하이클리닉건강 / 2001. 10월, 첫 상품은 5월 출시
/ 동부화재 / 건강OK의료보장 / 2000. 11월
/ LG화재 / 365의료건강 / 2001. 1월, 첫 상품은 7월
/ 동양화재 / 의료비지킴이3 / 2001. 5월 출시, 예정이율에 따라 두차례 변경
/ 쌍용화재 / 주치의민간의료 / 2001. 9월
/ 신동아화재 / 우리집의료 / 2002, 1월, 첫 상품은 지난해 2월 출시
/ 제일화재 / 건강수문장의료보장 / 2002, 1월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