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우량은행인 국민 주택은행에는 부실 지방은행 인수는 물론, 두 은행끼리 서로 합병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외환은행이나 한빛은행과 합병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정부에 합병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도 합병선언을 계속 미루고 있는 한미-하나은행에 대해서는 경고조치와 함께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 선언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국민은행과 합병이 성사되도록 해 보라고 종용하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한빛은행과의 합병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의를 하고 있다. 금감위는 외환은행이 한빛은행이 포함된 정부 지주회사에 들어온다면 지주회사의 주도권을 갖도록 하겠다며 당근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량은행 은행장들이 한결같이 잠이 안올 지경이라고 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금융당국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같은 금감위의 압박에도 불구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금융계에서는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허둥되는 금융당국의 태도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합병이라는 게 해당 은행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중대 문제인데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금감위가 10월말, 11월말을 시한으로 정해 합병을 추진하다 이번에는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정해 밀어붙이고 있는 데 말이 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속 터지는 국민-주택은행>
“주주들 동의없이는 합병 추진 못한다”
정부가 국민 주택은행에 요구하는 것은 우선 평화, 경남등 부실 군소은행을 합병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 은행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민 주택은행의 경우 행당 점포가 500~600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 군소은행을 합쳐도 시너지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기존 부실을 해결해 준다 해도 풋백옵션 조건이 붙지 않는다면 장차 발생할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이같은 이유를 내세워 결코 평화은행이나 경남은행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지난 5일 해외 주주들에게 급히 알렸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그렇다면 한빛은행이 포함된 정부주도의 지주회사에 들어오거나 외환은행과 합병하는 게 어떠냐는 제의에 대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56%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대주주와 여타 국내 주주들의 이익을 감안할 때 외환은행등 부실은행과의 합병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6일 배포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두 은행 상호 합병에 대해서도 업무의 유사성이나 합병에 따른 엄청난 인력감축 등을 감안하면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고위관계자는 한결같이 “합병은 은행 경영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 주택은행일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합병을 밀어붙이다가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외환은행>
독자생존 자신못해 정부 제의 거절 어려워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금감위의 요구에 따라 한동안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의 합병은 예상대로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은 금감위로부터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한빛은행과의 합병 제의를 받고는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특히 한빛 지주회사에 들어갈 경우 외환은행이 주도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금감위가 제의를 하는 데다 과거 충청은행 인수 제의를 거절했다 부실은행으로 전락했던 아픈 상처까지 갖고 있어 더더욱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한빛은행 지주회사에 들어오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해 마음이 반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환은행이 한빛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정부 출자은행으로서 정부의 뜻을 거스리기 어렵고 앞으로의 독자생존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들의 고백처럼 만약 현대그룹에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 한빛지주회사에 들어가는 게 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저변의 기류는 부정적 견해가 압도적이다. 한빛은행의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외환은행이 한빛지주회사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빛은행의 내부 갈등 치유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합류할 경우 조직은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중론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외환은행 일부 비상임이사들은 한빛은행과의 합병에는 자리를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전시용 정책 지방+우량은행>
신한-제주, 조흥-광주 합병성사 가능성 높아
금감위가 정치적으로 골치 아픈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을 처리하기 위해 우량은행과 이들 은행이 통합을 시도할 경우 우선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위는 우량은행들을 상대로 일부 지방은행의 인수 여부를 타진하고 있지만 우량은행중에는 신한은행만이 제주은행과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권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신한은행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로부터 가해지는 합병 압력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분석이다. 제주은행과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금융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국민 주택은행은 아예 지방은행과의 통합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민은행 김상훈행장은 6일 “비우량은행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이미 국내외 대주주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주택은행 김정태닫기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방은행의 영업규모는 일개 지역본부만도 못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며 “공적자금으로 지방은행의 현재 부실을 해결할 수 있어도 미래의 부실은 어떻게 하느냐”며 지방은행과의 통합을 거부했다. 주택은행 관계자도 “지방은행에 공적자금을 충분히 투입해 설사 클린화가 전제된다 하더라도 지방은행과의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광주은행등 지방은행과의 통합 의사를 밝혀온 조흥은행 위성복행장은 “지방은행과의 통합이 조흥은행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적자금을 받은 조흥은행의 경우 정부가 용인한다면 지방은행의 흡수도 가능하겠지만 금감위가 말하는 우량은행 반열에 포함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흥은행이 지방은행을 흡수하면 현재 정부로부터 강하게 압박받고 있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압력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고 은행자체의 정체성을 강하게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은행과의 통합에 긍적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헷갈리는 한미-하나銀 합병>
두 은행 갈등 심화 합병 무산론 대두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의 지분참여 이후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음주초까지 한미은행과 칼라일 그룹이 합병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강수를 내보였다. 하지만 한미은행과 칼라일은 칼라일 김병주닫기

이에 따라 금융계는 금감위가 지난 6일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연내 합병 선언을 확언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일 뿐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금융계는 또 칼라일 김회장이 합병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한미은행에 대한 실사를 벌이면서 신동혁 한미은행장과 합병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며 하나은행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 하나은행에 대해서 알만큼 아는 처지에 합병을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한미은행에 대한 지분참여의 조건으로 정부와 2차 금융구조조정에 적극 협조키로 합의하면서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을 텐데 이제 와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하나은행은 다음주초까지 한미은행과 칼라일이 가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합병을 백지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부실이 많아 합병을 보채며 조급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6월부터 지금까지 한미은행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기다렸을 뿐이고 합병이 두 은행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상황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