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실적만 놓고 보면 정 행장의 두 번째 연임을 뒷받침할 명분은 충분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45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보다 8.5% 성장했다. KB국민은행의 2조2254억원을 2331억원 앞서면서 은행권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 이후 수익성과 글로벌, 자산관리(WM) 등에서 비교적 고른 성적표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24년 말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통상적인 ‘연임 1년’ 관행을 깨고 정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한 것은 진옥동닫기
진옥동기사 모아보기 회장 체제에서 정 행장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올해 다시 연임에 성공하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행장이 된다.변수는 정부의 강력한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 기조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사 CEO의 3연임 지양 기조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은행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해 행장 선임에서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정 행장의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취임 후 순익 24% 증가…NIM 개선
정 행장의 가장 강한 연임 명분은 실적이다. 정 행장 취임 직전인 2022년 신한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450억원이었다. 이후 취임 첫해인 2023년 3조677억원을 기록한 뒤 2024년 3조6954억원, 지난해에는 3조7748억원까지 늘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순이익이 약 24% 증가한 셈이다.올해 상반기 수익성 개선은 이자이익과 조달 효율이 이끌었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88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증가했다. 예금과 금융채 등 조달비용 감소에 힘입어 은행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상반기 1.55%에서 1.60%로 0.05%p 높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90%로 0.62%p 상승했고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5.9%까지 낮아졌다. 수익 규모뿐 아니라 비용 대비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성도 개선된 것이다.
비용효율 개선은 정 행장 재임기간 전체로 넓혀봐도 두드러진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기준 신한은행의 CIR은 2022년 42.2%에서 2025년 39.4%까지 낮아졌다. 정 행장이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과 조직 효율화가 외형 성장뿐 아니라 비용구조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원 다변화에서는 글로벌 사업이 정 행장의 확실한 성과로 꼽힌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순이익은 2022년 5383억원에서 2023년 5497억원, 2024년 7336억원, 지난해 7834억원으로 확대됐다. 전체 은행 순이익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4%에서 지난해 20.8%까지 상승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베트남 등 일부 핵심 법인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순이익은 20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늘었지만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지난해 연간 20.8%보다 낮아졌다. 향후 글로벌 40%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본과 베트남 중심의 기존 수익구조를 넘어 새로운 시장에서 두 번째 성장축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WM에서도 정 행장 체제의 변화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은 신한투자증권과 ‘One WM’ 체계를 구축하고 그룹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Premier’를 중심으로 은행·증권 복합채널을 25곳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수수료수익은 전년보다 18.9% 늘었고 투자금융 수수료도 47.4%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전체 증가율은 81.4%에 달했다.
생산적금융 확대에 자본비율 부담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은 수익성만큼 일방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올해 6월 말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1%로 지난해 같은 기간 0.33%보다 0.02%p 낮아졌다. 그러나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2%에서 0.34%로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46%에서 0.49%로 상승했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부실채권 비율은 개선됐지만 연체 지표에서는 부담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정 행장 취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다. 한국신용평가 기준 신한은행의 NPL비율은 2022년 말 0.25%에서 올해 1분기 0.30%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22%에서 0.32%로 높아졌다. NPL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을 보여주는 커버리지 역시 2022년 202.45%에서 올해 1분기 162.14%로 낮아졌다. 절대 수준은 여전히 우수하지만 정 행장 재임기간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본적정성도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의 CET1비율은 14.95%, BIS 총자본비율은 17.68%를 기록했다. 2022년 말 CET1비율 14.1%와 비교하면 핵심자본 비율은 높아졌지만, 당시 17.8%였던 BIS 총자본비율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CET1비율 15.58%, BIS비율 18.59%까지 끌어올렸지만 올해 들어 기업여신 확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두 지표가 다시 하락했다. 상반기 RWA는 전년 동기보다 10.3% 늘어난 239조9797억원으로 원화대출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향후 정 행장의 평가에서 중요한 대목이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이 올해 기업금융과 생산적금융에 자본을 집중 배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대출 성장보다 얼마나 적은 자본으로 수익성 높은 기업자산을 확보하면서 부실을 억제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수익성 확대와 자본효율,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능력이 정 행장의 남은 임기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 발맞춘 포용금융 확대
이 같은 RWA 확대는 신한은행의 포용금융과 생산적금융 확대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생산·포용금융부’를 별도로 신설했다.사회공헌이나 일회성 상생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여신 공급과 신용평가, 영업점 성과관리까지 포용금융을 은행 본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신한금융은 당초 3조원이던 올해 포용금융 공급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자 이를 4조5000억원으로 50% 상향했다. 서민금융 2조9000억원과 소상공인 지원 1조4500억원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신한은행은 생활비 지출과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 대안정보를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중금리대출까지 확대했다.
고금리 신용대출의 금리를 연 6.9%로 제한하는 상품과 저축은행 대환대출까지 내놓으며 단순 자금 공급에서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 자체를 높이는 방향으로 포용금융 전략을 넓힌 모습이다.
생산적금융에서는 실제 자산 포트폴리오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기업대출을 전년 동기보다 6.9% 늘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기업대출이 14.9% 증가한 가운데 중소기업대출도 4.6% 확대됐다.
1분기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 역시 44조6517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정 행장이 연초 생산적금융 활성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제시한 이후 가계·부동산보다 기업과 기술·혁신산업으로 자산배분을 옮기는 움직임이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SOL’ 디지털 무게중심 이동
정상혁 행장 체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디지털 전환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모바일 채널 확대에서 인공지능(AI)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AX로 이동했다는 점이다.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AI·디지털 전환을 전담하는 ‘AX혁신그룹’을 신설하고 AI 서비스 기획부터 데이터, 개발, 운영, 거버넌스까지 관련 기능을 한 조직 아래 묶었다.
올해 들어서는 AI 활용 범위를 고객관리와 자산관리, 여신심사 등 은행 본업으로 넓히고 있다. 고객의 자산 현황과 시장 상황을 분석해 직원에게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자산관리 Agent’, 고객 정보와 상담 스크립트를 지원하는 ‘고객관리 Agent’를 도입했고 여신심사 업무에도 AI Agent를 적용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모든 본부 부서가 직접 AI Agent를 개발·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직원 개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AI은행원이 예금·이체·카드 발급 등 단순 창구 업무를 지원하는 ‘AI브랜치’에 이어 66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AI 몰리창구’를 확대하고 있다. 그룹 디지털 플랫폼도 은행의 SOL뱅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새 ‘신한 슈퍼SOL’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7월 말까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약 1030만명에서 1113만명으로 83만명 늘었고, 은행 입출금계좌와 증권 거래를 결합한 ‘SOL LINK’도 출시 한 달 만에 약 31만좌가 개설됐다.
소비자보호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부서를 8개 전담팀으로 세분화 ▲경영진 평가에 소비자보호 과제 의무 반영 ▲금융상품 관리 전 과정 전담조직 운영 및 내규 강화 ▲취약계층 금융접근성 전담조직 운영 및 지원 확대 등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의 소비자보호지수(KCPI) 우수기업’에 5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계열사 거쳐 은행장’ 코스 많아
역대 행장들의 직전 보직을 보면 신한금융에는 이른바 ‘은행장 정석 코스’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신상훈 초대 통합행장을 제외하고 보면, 이백순 전 행장은 2009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으로 이동했다.
서진원 전 행장은 신한생명 사장을 거쳐 2010년 은행장이 됐고, 조용병닫기
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 역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맡은 뒤 2015년 은행으로 돌아왔다. 위성호닫기
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은 2017년 신한카드 사장에서 신한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 핵심 임원뿐 아니라 생명·자산운용·카드 등 계열사 CEO 경험도 은행장으로 가는 주요 경로였던 셈이다.2019년부터는 다시 은행과 지주의 핵심 임원들이 전면에 나왔다. 진옥동 현 신한금융 회장은 SBJ은행 법인장과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거쳐 신한금융지주 운영담당 부사장을 맡은 뒤 은행장에 선임됐다. 한용구닫기
한용구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은 신한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에서 곧바로 은행장으로 올라갔다. 정 행장 역시 경영기획그룹에서 CFO·CSO 역할을 수행한 뒤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으로 자금 조달·운용과 자본정책을 총괄하다 행장에 발탁됐다.결국 최근 신한이 선택한 은행장의 공통점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영업현장과 전략, 재무, 자본시장 또는 계열사 경영 경험을 결합한 복합형 경영자에 가깝다. 올해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전략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정 행장에 맞설 차기 행장 후보군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 구체적인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없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차세대 경영진이 빠르게 전진 배치되고 있다. 새로 부행장 자리에 오른 이종구 영업추진1그룹장, 강영홍 경영지원그룹장, 김정훈 브랜드홍보그룹장이 모두 2026년 인사에서 신한은행이 1970년대 출생이고, 상무들도 전원 70년대 출생 인물로 채워졌다. 이처럼 차세대 전문 경영진을 대거 전진 배치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내부 후보군의 세대교체 역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규제 등 외부요인 변수
진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2029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 행장이 연임될 경우, 이미 오랜기간 손발을 맞춰온 만큼 진 회장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숫자로 나타나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정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 성과뿐만이 아니다.
주요 변수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배구조 개편 기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 올해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로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와 최고경영자(CEO) 선임·경영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제시했다.
당국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금융사 CEO의 3연임을 제한하는 데만 있지 않다. 현직 CEO가 장기간 재임하면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거나, 형식적인 후보추천 절차를 거쳐 사실상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에 대한 제재조치를 통해 지주 회장이 계열사 경영승계 과정에서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되며, 은행 이사회의 역할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정 행장은 이미 2024년 말 이례적으로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았다.
내년 연임 성공 시 햇수로 5년의 임기를 지내게 되고, 이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다른 결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즉 3연임의 정당성을 설명할 충분한 명분과 은행 이사회의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영상 과제도 남았다. 상반기 리딩뱅크 재탈환과 글로벌·WM 확대는 강한 연임 명분이지만, 기업금융 확대와 함께 RWA가 빠르게 늘고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부담이다.
지난해 크게 개선했던 자본비율도 올해 다시 낮아졌다. 앞으로 생산적금융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을 지키면서 건전성과 자본효율까지 방어할 수 있느냐가 평가 항목이 될 전망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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