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불과 5거래일 만에 20조원 넘게 줄었지만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 정경 . 사진=한국금융신문 DB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2조20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132조4696억원에서 5거래일 연속 감소하며 약 20조원이 줄었다. 역대 최고 수준인 139조원대와 비교하면 약 27조원이 감소한 것으로, 지난 4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대기 중인 현금성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예탁금이 늘면 투자 대기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되고, 반대로 감소하면 실제 투자에 사용되거나 증권사 계좌 밖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예탁금 감소가 곧 증시 약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자금이 주식이나 ETF, 채권 등 금융자산 투자에 활용되는 과정에서도 예탁금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번 감소 폭은 국내 주식 매수만으로 모두 설명하기에는 다소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93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17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고 ETF도 53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를 모두 합쳐도 하루 예탁금 감소액 약 6조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줄어든 자금이 여러 투자처로 분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주식과 ETF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 일부 자금은 채권과 발행어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증권사 단기 금융상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주식 투자도 예탁금 감소의 한 축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기술주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증권사 계좌에 대기하던 자금이 해외주식 결제대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주식 매수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뒤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예탁금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분기마다 수백억 달러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한 보관금액도 약 2,000억달러(약 300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예탁결제원의 결제금액은 매수와 매도 거래를 합산하고 증권사별 네팅(Netting) 방식이 반영되는 만큼 투자자예탁금에서 실제 얼마나 자금이 빠져나갔는지를 직접 산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예탁금 감소 규모만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어서 이번 감소를 모두 가상자산 투자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자금은 증권사 계좌 밖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이후 자금을 은행 예금으로 옮기거나 생활자금 등으로 인출할 경우에도 투자자예탁금은 감소한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의 투자 여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탁금은 여전히 110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용융자 잔액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기 투자심리는 살아 있는 모습이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하루 만에 1조1278억원에서 1조4400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미수금 증가는 결제 이전 단기 자금을 활용한 매매가 늘었다는 의미로, 단기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증권업계는 향후 투자자예탁금 감소 규모 자체보다 자금의 실제 이동처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 결제대금과 외화증권 보관금액, 증권사 CMA 잔액, RP 및 발행어음 판매 규모, 가상자산 거래대금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예탁금 감소의 원인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예탁금 감소를 단순히 증시 이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과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이라면 투자심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지만, 증권사 계좌 밖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면 향후 증시 수급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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