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동전주 ‘꼼수 생존’에 결국 칼을 뽑았다. 한국거래소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전주’는 말 그대로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주식을 뜻한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있거나, 투자자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전주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변동성이 크며, 투자 위험이 높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이미 코스닥의 10%가 동전주로 추락한 상황이다.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이 같은 동전주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식병합(여러 주를 합쳐 주가를 높이는 방식)’이나 ‘감자(자본을 줄이는 구조조정)’를 활용해 왔다.
문제는 기업의 실질 가치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주가만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상장폐지 기준을 피하는 ‘꼼수’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시장 신뢰 훼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17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개정안을 재예고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바로 이 같은 ‘형식적 회피’를 막는 데 있다.
이제는 ‘주가’가 아니라 ‘행위’가 퇴출 기준이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전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이 1년 내 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뒤, 다시 90거래일 내 추가로 병합·감자를 진행하면서 그 비율이 10대1을 초과할 경우 이를 제한한다.
쉽게 말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주식 수를 줄여서 주가를 부풀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규제 철학의 전환’으로 읽힌다. 단순한 숫자 기준을 맞추는지보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행태’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선 “동전주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규제가 정교해질수록 또 다른 회피 전략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병합 시점을 나눠 진행하거나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등 ‘규제와 회피의 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실효성은 ‘규정’이 아니라 ‘집행’에서 갈린다.
동전주 문제는 단순히 주가가 낮은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부족, 취약한 지배구조,
부실기업의 퇴출 지연 같은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래소도 단일 규제가 아니라 ‘퇴출 체계 전반’을 함께 손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 반기 자본잠식 요건 신설, 공시 위반 벌점 강화 등 기존에 예고된 규제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형식적으로만 살아남는 기업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자본 조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도 예상된다.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동시에, 회생 가능 기업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 잡힌 적용’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번 개정은 단순 규정 손질이 아니라 한국 증시 퇴출 시스템의 신뢰를 건 시험대다. 규제와 회피의 싸움에서 주도권이 어디로 기울지는 이제 ‘결과’로 드러난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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