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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벤처 세컨더리…엑시트 숨통 vs 가격 방어 논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07 10:05 최종수정 : 2026-04-09 12:07

막힌 회수시장 ‘구원투수’ 기대 속…정책성 자금에 가격 왜곡 우려
증권사 역할 확대…‘유동성 공급자’ 넘어 투자 판단 시험대

금융투자업계가 2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나섰다. 막혀 있던 회수(엑시트) 시장을 뚫을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가격 왜곡을 낳을지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증권가 전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금융투자업계가 2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나섰다. 막혀 있던 회수(엑시트) 시장을 뚫을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가격 왜곡을 낳을지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증권가 전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2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나섰다. 막혀 있던 회수(엑시트) 시장을 뚫을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가격 왜곡을 낳을지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2019년 이후 급증한 벤처펀드 자금이 본격적인 회수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세컨더리 펀드 조성 논의가 본격화됐다. 약 2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이번 펀드는 기존 벤처펀드 출자자(LP)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투자 자산을 중간 회수하는 방식으로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다.

“막힌 회수시장 뚫는다”…증권가 긍정론

7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우선 ‘엑시트 절벽’ 해소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2019년 이후 급증한 벤처펀드 자금은 본격적으로 만기를 맞았다. 하지만, IPO 시장 침체와 M&A 위축으로 회수 경로가 제한된 상황에 직면했다. 때문에 세컨더리 펀드가 중간 유동성을 공급하면 펀드 만기 리스크를 완화하고, 벤처 투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보다 회수가 더 어려운 시장”이라며 “세컨더리 펀드는 사실상 ‘유동성 완충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증권사 입장에선 단순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대체투자·사모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가격 떠받치기 될 수도”…신중론도 확산

반면, 증권가 일각에선 ‘정책성 자금’ 성격이 강한 이번 펀드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세컨더리 펀드는 본질적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출구’를 만들어주는 구조인 만큼, 부실하거나 성장성이 낮은 자산까지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결국 누군가는 비싸게 사줘야 시장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 역할을 정책 주도로 하게 되면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책 자금이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 역시 “세컨더리 거래는 가격 할인(디스카운트)이 핵심인데, 시장 안정 목적이 앞서면 오히려 고평가 자산을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증권사 역할 커지지만…리스크 관리 관건”

증권사 중심으로 펀드가 조성 시, 업계의 역할 확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그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비상장 자산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기업 가치 산정이 어려워 투자 심사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부동산 PF처럼 ‘유동성 공급자’ 역할에만 집중하면 위험하다”며 “철저한 실사와 가격 책정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 처방 vs 구조 개혁”…정책 효과는 미지수

결국 이번 세컨더리 펀드는 단기적으로는 회수시장 경색을 완화하는 ‘응급 처방’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IPO 시장 정상화, M&A 활성화, 연기금 등 장기자금 참여 확대 등 근본적 회수 경로 다변화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일회성 유동성 공급에 그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컨더리 펀드는 필요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궁극적으로는 ‘잘 투자하고, 잘 회수되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번 2조원 규모 세컨더리 펀드가 벤처 투자 시장의 숨통을 틔울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남을지 향후 운용 방식과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 결국 ‘누가, 어떤 가격에 사주느냐’에 따라 이번 펀드의 성격이 갈릴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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