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1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지만, 업계 내부에선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61곳의 당기순이익은 9조6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증가했다. 수수료 수익은 16조6159억원으로 28.3% 늘었고, 이 중 수탁수수료는 8조6012억원으로 37.3%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호실적이 구조적 체질 개선이 아닌 ‘시장 의존형 성장’이라는 점이다. 거래대금 증가에 기댄 수탁수수료 중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거래대금이 꺾이는 순간 실적이 무너질 수 있는 ‘레버리지형 호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거래대금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업계 안팎에선 정점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기매매 부문은 ‘착시 실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체 손익은 12조745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주식 및 ETF 상승이 파생상품과 채권 부문의 손실을 덮은 구조다. 파생상품에서는 헤지 운용 손실이 확대됐고, 채권 부문 역시 금리 상승 여파로 처분·평가 손익이 약 20% 감소했다. 결국, 주식시장 강세가 손실을 덮은 ‘착시 실적’이다.
재무 구조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자산총액은 943조9000억원으로 1년 새 25% 늘었고, 부채는 841조5000억원으로 26.8% 증가했다. 레버리지 비율은 693.7%까지 치솟았다.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끌어다 쓴 결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손실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과 리스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판매관리비는 14조원을 넘어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여기에 외환 손익 변동성과 신용공여 확대까지 겹치며 금리와 환율이 흔들릴 경우 수익은 급감하고 비용 부담은 그대로 남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결국 현재 증권업계는 ‘수탁수수료 의존 · 레버리지 확대 · 파생 손실 누적’이라는 삼중 구조 위에서 호황을 이어온 것이다. 시장이 꺾이는 순간 이 세 축이 동시에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황의 덫’이란 평가도 따른다.
이 같은 인식 속에 증권사들은 빠르게 몸을 낮추고 있다. 투자은행(IB) 확대 속도를 조절하고, 리테일 부문에서도 비용 통제에 들어갔다. 트레이딩 부문 역시 익스포저를 줄이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실적은 시장이 만들어준 측면이 크다”며 “거래대금이 줄거나 금리 환경이 바뀌는 순간 이익 구조가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은 더 이상 축배의 근거가 아니라 경고 신호에 가깝다. 증권사들이 기록한 1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은 호황의 결과이자, 동시에 다음 국면에서의 리스크를 키운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벌고 있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는 인식이 증권가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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