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 /사진=SK텔레콤
‘방어의 한 해’…일회성 비용·가입자 이탈에 수익성 추락
5일 SKT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4분기 영업이익은 1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이 53%에 육박했다. 매출은 4조3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5115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지 않았지만 보안 사고 후속조치와 인건비가 실적을 짓눌렀다.
2025년 한 해 전체로 보면 SK텔레콤은 ‘수비에 집중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7조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14% 급감했다. 불가피한 비용 부담을 장기간 분산하기보다 단기간에 정리하는 쪽을 선택하면서 회계상 충격이 컸다.
보안 사고 여파는 통신 본업에도 뚜렷한 타격을 줬다. 2025년 SK텔레콤의 핸드셋 가입자 수는 1분기 2272만9000명에서 4분기 2175만명으로 약 100만명 가까이 줄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은 단기적인 해킹 충격뿐 아니라, 주력 사업의 체력 저하를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보상안 거부로 이어진 ‘법적 리스크의 늪’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분쟁조정위 결정을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자발적 보상 노력과 보안 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이행한 점, 조정안 수용 시 미칠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이미 진행 중인 자발적 보상과 보안 강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현실적인 재무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전체 해킹 사고 피해자 수가 약 23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상 규모가 총 2조3000억원에 이르는 수준이 된다. 이는 SK텔레콤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1조8324억원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분쟁은 신청인이 법원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적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 동시에 SK텔레콤은 이미 진행 중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약 1348억원 과징금 취소소송도 감당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두 건의 주요 법적 리스크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 소멸과 신뢰 회복…다시 기본으로
올해는 지난해의 충격을 바닥으로 한 회복 기대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해킹 사고와 인력 구조조정 관련 일회성 비용이 대부분 소멸된 만큼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통시장에서도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5G 가입자 수는 1749만명을 기록했으며,전체 핸드셋 가입자 중 5G 보급률은 80% 고지를 넘어섰다.
유선 부문의 반등도 뚜렷하다. 하반기 일시적 정체를 겪었던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 모두 4분기부터 순증 전환에 성공하며 각각 723만8000명, 672만1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회복세를 발판 삼아 올해에는 상품과 채널의 전면적인 재정비와 더불어, 고객생애가치 중심의 운영을 통해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는 비용보다 평판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 내부에서도 실적보다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무너진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해 AI 기반 보안 체계 강화, 고객 보상 마무리, 서비스 품질 개선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평판 회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점진적 정상화의 기류가 읽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배당을 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연간 배당금 총액이 약 3536억원으로 전년(7536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주당 배당금 역시 2024년 3540원에서 2025년 1660원으로 줄었고, 배당수익률도 6.4%에서 3.1%로 하락했다.
회사는 여전히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적 개선이 확인될 경우 중간배당 재개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2026년을 대상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에서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만큼, 신뢰 회복 이후 주주 가치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AI 네이티브 도약…통신 넘어 플랫폼으로

사진=SK텔레콤
실제 AI 사업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은 51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증가했으며, B2B AI 솔루션(AIX) 부문도 1986억원으로 6.4% 성장했다. 에이닷 가입자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120만명을 넘어 전년(830만명) 대비 35%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의 ‘SK AI 얼라이언스’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 SK AX, SK브로드밴드 등 그룹사와 함께 구축한 AI 인프라·데이터 공유 체계를 올해 본격 가동하며 모델 학습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린다.
여기에 2023년 전략 투자한 미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엔트로픽(Anthropic)의 급성장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엔트로픽은 ‘클로드(Claude)’ 시리즈를 보유한 기업으로, 최근 상장 전 단계에서 기업가치가 3500억달러로 평가됐다.
SK텔레콤은 2023년 8월 엔트로픽에 약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전략 투자했고, 이후 AI 얼라이언스로 협력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SKT의 지분율이 1% 미만에 그치지만, 보유가치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접적인 수익보다 AI 경쟁력 지위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날 진행한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엔트로픽 지분 유동화 여부에 시장의 관심 큰 걸 인지하고 있지만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면서도 “2025년 사업보고서에 지분율 변동에 관한 사항이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참여한 국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K-LLM 경쟁력 확보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킹 리스크가 재무적 충격으로 이어졌다면 올해는 그 후유증을 신뢰와 실적으로 되돌려야 할 때”라며 “단순한 복구가 아닌 AI 기반의 체질 개선이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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