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감도. 사진 = 상대원2구역 재건축 조합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이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고, 건설사는 적용 기준을 강화하면서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20일 성남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문을 보내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공문에는 ▲DL이앤씨가 발송한 모든 공문의 조합원 공개 ▲시공사 변경을 위한 입찰 절차 전면 중단 요구가 담겼다.
상대원2구역 조합은 2021년 DL이앤씨와 ‘e편한세상’ 브랜드 적용을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적용을 요청해 왔다. 조합은 아크로 적용을 위해 주차대수 1.7대 확보를 목표로 지하 2개 층 추가 굴착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수영장·사우나·실내 골프연습장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 확충 요구를 전달했고, 이를 반영해 사업시행계획도 변경했다.
그러나 DL이앤씨는 입지와 상품 구성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아크로 브랜드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최종 통보했다. 아크로는 한강변 등 핵심 입지에 한해 적용한다는 내부 기준을 이유로 들었다. 대신 상대원2구역만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 브랜드 적용을 제안했지만, 조합은 시공사 교체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DL이앤씨는 그간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계약 해지와 시공사 재선정 입찰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조합을 상대로 관련 정보의 조합원 공개와 입찰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사업 추진 과정의 정당성과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업 추진 방향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에도 기존 건설사와 해지하고 진행하는 사례 존재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조합은 설계 변경과 브랜드 적용 문제로 롯데건설과 갈등을 빚다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교체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확보했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은 DL이앤씨와 결별한 뒤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했다. 경기 성남시 상대원2구역 역시 DL이앤씨의 ‘아크로’ 적용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공사 교체 절차에 들어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조합들이 이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를 원하는 배경에는 하이엔드 브랜드만의 ▲외관 디자인 ▲특화 설계 ▲고급 마감재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이 일반 브랜드보다 완성도와 차별성이 높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건축가와의 협업, 조망 극대화 설계, 높은 천장고와 호텔식 공간 구성, 수입 자재 적용 등은 단지의 상징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서울 핵심 입지에서는 브랜드에 따른 가격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이 늘더라도 장기적인 자산가치를 선택하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준공 이후 높은 분양가와 시세 형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프리미엄 교체의 대가…공사비 폭증과 법적 분쟁
하이엔드 브랜드 확산이 항상 프리미엄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브랜드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희소성과 상징성이 약화될 수 있고, 고급 사양을 맞추기 위한 설계 변경은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사업 리스크 확대로 직결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많은 조합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희소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 지역과 조합의 특성도 검토한다”며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는 공사비도 크게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곧 조합 개개인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상당수 조합원은 이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교체만 주장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흑석9구역은 본래 롯데건설 시공 조건에서 약 4490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지만,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변경한 이후 약 6518억원까지 늘어났다. 증가액은 약 2000억원대로, 공사비 상승과 설계 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당8구역 역시 브랜드 전환 과정에서 소송이 장기화되며 사업 일정이 크게 밀렸다. 조합은 단지 가치 극대화를 내세웠다. 시공사는 브랜드 기준을 이유로 맞섰다. 갈등은 결국 소송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 갈등 끝에 조합은 결국 DL이앤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로 포스코이앤씨를 선정했다. 단지 브랜드는 포스코이앤씨 하이엔드 ‘오티에르’로 추진됐다.
다만 교체 직후 후폭풍이 컸다. DL이앤씨는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합이 DL이앤씨에 약 8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사업 일정도 크게 흔들렸다. 시공사 교체와 소송이 겹치면서, 인허가·설계·사업 추진 절차가 지연됐다. 입주 시점은 약 5년 밀렸다. 이에 금융비용과 불확실성도 커졌다.
일각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얻기 위해 시공사 교체를 선택할 경우, 그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입지와 사업 규모·분양성·공사비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 모두 훼손될 수 있다. 만능 해법이 아닌 만큼 조합내에서도 타협점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하이엔드 브랜드 선택은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사업성, 조합원 부담, 준공 이후 시장 평가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다만 브랜드가 흔해질수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하이엔드 브랜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합의 재무 여력과 사업 구조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감정적으로 브랜드 프리미엄만을 좇을 경우, 사업 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정비사업장마다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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