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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AI’라더니 중국 기술?…흔들리는 ‘소버린 AI’ 기준

정채윤 기자

cy@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08 11:15

네이버, 중국 오픈소스 인코더 사용으로 논란
정부 ‘프롬 스크래치’ 기준 불분명…업계 해석 제각각
기술 독립 외치던 소버린 AI, 자립-현실 사이서 ‘흔들’

'국가대표 AI' 정예팀으로 선정된 네이버와 업스테이지가 각각 중국 기술을 일부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디까지가 진짜 국산 AI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국가대표 AI' 정예팀으로 선정된 네이버와 업스테이지가 각각 중국 기술을 일부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디까지가 진짜 국산 AI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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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주권형 인공지능)’ 전략이 출범 초기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형 독자 AI를 만들겠다는 취지였지만, 최근 국가대표 AI 정예팀으로 선정된 네이버가 중국 기술을 일부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디까지가 진짜 국산 AI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버린 AI는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핵심 AI 기술을 자국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이번 논란은 핵심 가치가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AI 두뇌 빌린 셈” vs “부분 기술일 뿐”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HyperCLOVA X SEED 32B Think)' 영역별 벤치마크 점수. /사진=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HyperCLOVA X SEED 32B Think)' 영역별 벤치마크 점수. /사진=네이버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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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IT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가 공개한 AI 모델 ‘큐웬(Qwen) 2.4’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이다.

특히 AI의 눈과 시각 신경에 해당하는 비전 인코더(vision encoder)의 가중치(weight)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네이버 측은 의혹을 즉각 인정하면서도 “중국 기술을 베낀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로 공개된 인코더를 전략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 선택이 기술 자립도와는 무관하며, 검증된 모듈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코더는 단순히 그림을 숫자로 바꾸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지 정보를 AI가 이해 가능한 의미로 바꿔주는 핵심 구조라는 점에서 단순한 부품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코더가 전체 AI 모델 파라미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성능과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비전 인코더를 외부 기술에 의존했다면,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즉 100% 자체 개발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인코더는 어디까지나 AI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고, 생성형 언어 모델 등 핵심은 네이버 자체 기술에 기반했기 때문에 ‘독자 AI’의 취지는 훼손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맞선다.

지난 2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자사 모델 '솔라 오픈' 현장 검증회를 진행했다. /사진=업스테이지

지난 2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자사 모델 '솔라 오픈' 현장 검증회를 진행했다. /사진=업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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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가대표 AI 정예팀 중 업스테이지 역시 중국 모델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가 사실무근으로 해프닝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일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이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스테이지 AI 모델 ‘솔라 오픈’이 중국 기업 지푸AI의 ‘GLM-4.5-에어’와 일부 레이어에서 결정적인 유사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2일 고 대표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는 공개 검증회를 열었고, 고 대표는 3일 다시 소셜미디어에 “검증이 엄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프롬 스크래치’ 기준, 여전히 모호



자료=각 사

자료=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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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적 해석 차이를 넘어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비판 측과 네이버 모두 이 부분에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부터 정부는 대대적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과 중국 등 빅테크 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는 상황에 대응해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을 직접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정부는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직접 수행해 해외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제시한 프롬 스크래치의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처음부터 자체 개발하라는 원칙만 강조됐을 뿐,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자체 개발로 볼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독자’를 요구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자 AI’ 자격 논란, 법적 리스크로 번질 수도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기술 자립도뿐 아니라 라이선스 리스크 문제도 드러났다고 말한다. 만약 오픈소스 제공자가 라이선스 정책을 변경하거나 폐쇄한다면, 향후 모델 수정이나 상용화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독자 AI 추진 배경으로 내세웠던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의 정책이나 가격 결정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기술 주권 확보였다.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가 소버린 AI의 취지와 모순된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프로젝트 출범 당시 “파인튜닝(미세 조정) 등 해외 모델을 기반으로 한 파생형 모델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자체 설계와 사전학습 데이터를 모두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어디까지가 직접 개발인지 범위가 불분명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뒤늦게라도 이 같은 분류체계를 참고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각 기업이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세우며 ‘독자 기술’을 자의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소버린 AI 핵심은 기술 배타성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기술을 수정·운영할 있는 능력이라며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향후 추진되는 다른 AI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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