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주가 3배 ‘폭등' 비결…4세 승계·인보사 기대감? [저PBR 숨은그림찾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0711312004821dd55077bc212411124362.jpg&nmt=18)
지난해 폐장일 1만4030원으로 장을 마친 ㈜코오롱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4만3100원으로 207% 급등했다. 지난 7월 1일 5만350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조정을 받았다.
㈜코오롱 최대주주는 ‘코오롱 3세’ 이웅열 명예 회장이다. 627만9798주(지분율 49.74%)를 들고 있다. 지분가치가 반년 만에 881억원에서 270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21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PBR 0.1~0.2배인 회사는 (적대적 M&A 등으로)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기업 주가가 자산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즉, 이런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성장이 정체된 만년 저PBR 상태 기업은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 발목을 잡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오롱 PBR은 지난해 말 0.12배였다. 주가가 급등한 현재 PBR이 0.44배 수준으로 여전히 순자산가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2.5%. 국내 지주사 평균 4%는 물론 코스피 평균 8%를 상회한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자들이 자회사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코오롱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것도 코오롱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세법은 배당·이자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기타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종합소득세율은 최대 49.5%(10억원 초과 기준, 지방소득세 포함)다. 그룹 대주주들이 굳이 배당을 늘려 세금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분 승계 문제가 걸려있으면 다르다. 이 경우 상당한 현금이 필요한데, 배당소득 관련 세금이 줄어들면 오너 입장에서는 더 솔깃해진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당장 자식들에게 코오롱 주식 전량을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주식가치 3370억원에 최대주주 할증(30%)이 붙으면 4381억원이다. 증여세율 50%를 적용하면 2183억원이 필요하다.
경영권과 무관한 다른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주가부양과 현금확보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선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게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이웅열 명예회장은 혈육에게 코오롱을 물려주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아니다.
앞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그룹 경영에서 은퇴하며 “능력이 없으면 주식을 단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이 명예회장 외동아들인 이규호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승계 절차를 착실히 밟고 있다.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2022년 말 불과 39세 나이에 지주사 부회장이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전역하는 등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일도 사전 차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확보는 승계 마지막 단계”라며 “이규호 부회장은 아직 젊지만 (승계는) 언젠가 이뤄질 일”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난 윤석열닫기

코오롱은 지난해부터 배당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당기순이익(일회성 이익 제외) 40% 이상을 배당한다’는 정책을 새롭게 수립했다. 그러나 배당 규모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는 실적 등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배당해왔다. 2010년부터 15년간 보통주 기준 주당 500~550원 수준이다.
당장 배당을 확대할 힘도 부족해 보인다. 코오롱은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다. 영업수익은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코오롱’ 상표권수익(수수료), 부동산 임대수익, 배당금 수익 등이다. 변동성이 적은 수수료·임대료를 제외하면, 결국 자회사 배당금이 늘어야 지주사 배당도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코오롱이 새 배당정책을 세운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핵심 자회사들은 실적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앞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할 여지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실적 부진 원인이 된 특수섬유 아라미드 가격 반등에 반색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내년이나 내후년 경 호조세를 보였던 2021~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성장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이 지분 26.09%를 들고 있는 신약 개발 자회사다. 지난 2021년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TG-C) 국내 허가 취소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사업 재개에 도전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내년까지 임상 3상을 매듭짓고 오는 2028년 본격 판매가 목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인보사는 임상 2상에서 긍정적 효능을 보인 유일한 DMOAD(골관절염 근본적치료제, 미 FDA 승인) 후보”라며 “피크세일즈(5~7년) 10조원 기준 영업이익 5조5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