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지난해부터 서민·소호금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해온 상황에서 추가로 상당한 규모의 분담금을 내는 것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배드뱅크 설립 이후에도 서민·소호금융 강화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타 금융지주 역시 RWA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빚을 진 개인 차주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담긴 제 2차 추가경졍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위해 정부는 캠코 산하의 상법상 주식회사를 설립, 총 8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중 4000억원은 정부가, 나머지 4000억원은 민간 금융권에서 부담하게 된다.
금융지주 분기 당기순이익의 경우 1조원이 넘기에 숫자로만 보면 무리가 없는 규모로 생각될 수 있다.
즉 순이익 증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4000억원은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증가분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4000억원은 현재 잠정 계산한 규모이고 실제 운영에 나설 경우 예산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2조원 이상을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한 금융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미국 상호 관세 유예가 끝난 이후 글로벌 경제 변동성 확대로 인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배드뱅크 외에도 새출발기금을 비롯한 서민·소호금융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금융지주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어지는 금리인하 기조로 NIM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양·ABL 생명 인수 후 정상화·노조 협상 비용 등의 문제도 남아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량여신 중심의 자산 리밸런싱으로 NIM을 사수한다고 해도, 디지털·AI 등에 대한 투자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KB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의 CIR(영업이익경비율)이 올해 1분기 모두 증가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의 더욱 강력한 밸류업 기조로 RWA 관리의 필요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리스크가 높은 서민·소호금융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예대금리차 발언으로 금리 조정이 어려워졌는데 RWA가 증가할 가능성은 커지면서 수익성 사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1분기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40%를 넘어서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순이익이 은행에서 창출되는 만큼 새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NIM 평균은 1.82%로 지난해 1분기 평균보다 0.07%p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평균 NIM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0.08%p 하락한 1.56%에 그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2분기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연금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정부의 전체적인 금융정책 기조와 하반기부터 커질 글로벌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배드뱅크 출연, 서민·소호금융 강화를 위해 금융 관련 규제 완화를 고려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 은행장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 만큼, 지속가능한 서민·소호금융 확대를 위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