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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펙사벡 실패 딛고 ‘BAL0891’ 신약 승부 [시총 2위의 추억 ①]

양현우 기자

yhw@

기사입력 : 2025-10-20 05:00 최종수정 : 2025-10-20 16:06

펙사벡 좌절, 시총 2위서 미끄럼
엠투엔의 인수로 상폐 위기 극복
항암제 BAL0891로 재기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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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펙사벡 실패 딛고 ‘BAL0891’ 신약 승부 [시총 2위의 추억 ①]이미지 확대보기
신라젠과 HLB 그리고 헬릭스미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기업들이다. 장밋빛 전망 속에 ‘K-바이오’ 성공사를 호기롭게 써내려 간 그들, 하지만 그 꿈의 실현이 쉽지만은 않았다. 임상 실패와 경영진 비위 논란에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시장은 허탈해했다. 영광의 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는 그들의 오늘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항암 신약 ‘펙사벡’ 임상 3상 실패와 경영진 비위 논란으로 휘청였던 신라젠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고형암 항암 신약 ‘BAL0891’ 개발에 역량을 집중, ‘포스트 펙사벡’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회사는 펙사벡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신약 허가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행진, 시가총액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장 후 1년 만에 시가총액 9조 원을 넘기면서 코스닥 시총 순위 2위에 오른다. 상장 당시 1만 원대였던 주가는 2017년 말 15만 원대까지 뛰었다.

펙사벡은 기존 암 치료제와 달리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2019년 8월 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의 펙사벡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신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평가다. 결과에 따라 임상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무용성 평가에서 문제가 없었으면 임상 3상을 완료, 신약 허가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상 3상 중단 권고로 펙사벡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임상 3상 중단 권고 다음 날인 2일 신라젠 주가는 전날보다 29.97% 하락했다.

이후 5일과 6일에도 각각 가격제한폭까지 미끄러졌다. 3거래일 연속 하한가에 신라젠 주가는 4만4550원에서 1만5300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펙사벡 임상 중단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부자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다. 신현필 전 신라젠 전무가 임상 중단 권고를 받기 전인 그해 7월, 보통주 16만7777주를 장내 매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신 전 전무는 임상 3상 시험 무용성 평가 결과가 나쁘다는 악재성 정보를 취득 후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검찰은 신라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과 함께 주식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압수수색 이후 2020년 5월 신 전 전무는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같은 달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으로 구속됐다.

신 전 전무는 재판에 넘겨졌다가 2022년 8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신라젠 통계 담당자가 신라젠 임원진의 지시로 간암 환자 대상 항암 바이러스 면역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중간 평가 결과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미리 계산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는 2020년 5월 구속 당시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검찰은 “주식 매각 시기와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 등을 봤을 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악재성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은 2019년 4월인데 이들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배임 혐의는 유효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는 2014년 무자본으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설립했다. 이후 DB금융투자로부터 350억 원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주식을 약정가격에 살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BW를 인수한 뒤 신라젠 자금으로 페이퍼컴퍼니에 이를 갚고 2015년 12월 인수채권을 행사해 신라젠 주식 1000만 주를 매입, 대주주가 됐다고 봤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191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문 전 대표에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 이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곽 전 감사에 징역 3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신라젠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렸지만, 2021년 7월 엠투엔이 신라젠을 인수하며 상폐를 면했다. 엠투엔은 신라젠을 인수하며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당시 신라젠은 김상원 엠투엔 대표이사를 신라젠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사회생한 신라젠은 항암제 ‘BAL0891’ 임상에 주력하고 있다. 신라젠은 BAL0891 임상 성공을 위해 단일요법과 2개의 병용요법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한다. 병용요법은 화학항암제와 면역관문억제제로 진행된다.

신라젠은 지난 13일 미국 FDA으로부터 BAL0891과 글로벌 제약사 비원메디슨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렐리주맙’을 병용하는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에 신라젠은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을 미국 현지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앞서 여러 연구를 통해 BAL0891과 면역항암제의 병용 효과를 입증해 왔다. 지난 4월 개최된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는 BAL0891이 종양미세환경을 항종양 면역에 유리하게 조성하고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향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베이지안 통계기법을 적용해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 시 ‘결정적’ 수준의 시너지가 확인됐다. 특히 이번 임상은 최근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정책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 결과로 승인받았다. 이는 병용 임상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FDA 승인으로 BAL0891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신라젠 연구진들은 글로벌 임상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난치성 고형암 환자들에게 우수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후보물질 외에도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가 있다. 신라젠은 올해 4월 국내에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7’ 특허를 취득했다. 2월에는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SJ-607은 SJ-600시리즈의 모태가 되는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GEEV)으로 신라젠이 개발하고 있는 최신 파이프라인들의 기반 기술이다.

SJ-607의 주요 특허 내용은 보체조절단백질을 표면에 발현하는 항암 바이러스와 해당 바이러스의 용도에 관한 것으로, 정맥투여 시에도 안정적인 항암 활성을 유지한다. 신라젠이 항암 신약과 플랫폼 기술로 반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엠투엔에 인수된 현재 경영진은 과거 경영진과는 아예 다르다”며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통해 성장세를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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