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관의 협력 체결은 표면적으로는 대학과 방산기업 간의 통상적인 산학협력처럼 보인다. 하지만 협약의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 방산 수출의 새로운 수익 구조와 항공 교육 생태계가 맞물린 전략적 결합이라는 특별함이 있다.
이날 협약식에는 홍승용 함주학원 이사장, 함기선 한서대 총장, KAI 박경은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두 기관은 이 자리에서 교육 자료 공유, 공동 교육과정 개발, 학생 취업 및 실습 지원을 핵심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외국인 조종사와 항공 정비사를 대상으로 하는 '생애 최초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미 한서대는 2025년부터 이라크 조종사 8명을 태안비행장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KAI가 지난 2024년 12월 이라크와 체결한 1357억 원 규모의 수리온 헬기 수출 계약에 직접적으로 연동된 것이다. 이라크 내무부는 계약 당시 "헬기 조종사와 정비 기술자 등을 교육해주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구조에 주목한다. 장비 수출에 그치지 않고 교육·훈련 사업까지 패키지로 묶는 방식은 글로벌 방산 강국들이 오랫동안 써온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F-16 전투기를 수출하며 조종사 훈련 계약을 함께 체결하고,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 판매 이후 현지 공군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KAI가 이번에 한서대라는 항공 특성화 대학과 손을 맞잡은 것도 항공기 하드웨어 수출에서 교육 서비스 수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포석을 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는 이미 KAI의 T-50 고등훈련기를 도입하고 종합군수지원(CLS), 기지재건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내무부에서 특수 소방헬기를 도입하면서 KAI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됐다. 이에 따라 수리온의 해외 시장 확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라크에 이어 키르기스스탄도 수리온 2대 도입을 위한 막바지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계약 규모는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성사된다면 이번 사업은 국내 항공기 제조산업이 중앙아시아로 첫 진출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수리온 수출이 늘어날수록 해외 현지 교육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서대-KAI 협력의 장기적인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는 분석이다.
한서대는 이같은 역할을 맡기에 적합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서대는 매년 200여 명의 항공조종사를 배출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국내 조종사 배출 인력의 40%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한서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캠퍼스 내에 자체 활주로와 관제탑을 보유한 유일한 대학인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인정받은 국제항공우주교육 기구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난해 교육부에서 글로컬 대학으로 최종 선정돼 재정적 기반도 강화됐다. 한서대는 국비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3200억 원의 사업비를 5년간 받아 미래 항공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협력 제휴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MOA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 수준에 불과해서다. 과거에 수많은 산학협력 협약이 홍보효과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라졌다는 사실은 이같은 협력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업계에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 이번 협약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교육과정 공동 개발, 취업 연계 등 후속 실행계획이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약은 한국 방산의 하드웨어 수출이 교육·훈련이라는 소프트파워 수출로 확장되는 경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첫 걸음이라는 데 남다른 상징성이 있다. 홍승용 함주학원 이사장은 업무협약 체결 후 "글로컬 대학사업을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항공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리온이 외국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그 기체를 운전하는 조종사를 한국이 키워낸다면 제조-수출-교육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으로 항공산업계를 성장시키는데 큰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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