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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신과 경솔 사이 이동걸 회장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9-10-18 17:46

▲ 김의석 금융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합리적 금융개혁(金融改革)을 강조하는 ‘소신파’로 유명하다. 그가 옳다고 믿으면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아 금융당국과 마찰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의 평소 언사(彦士)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直說話法) 그대로다. 그의 소신(所信) 발언은 지난 2년 동안 구조조정(構造調整) 해결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그의 소신 발언이 간혹 경솔(輕率)한 행동으로 비쳐져 논란되기도 한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政務委員會) 국정감사장(國政監査場)에서 사과(謝過)했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합병(合倂) 제안 논란은 대표적 사례다. 사견(私見)이라고 얘기 했지만 수출입은행 수장이 공석(空席)인 상황에서 정부와 협의도 없이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제안을 했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해당 은행은 즉각 반발했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金融委員會)와 기획재정부(企劃財政部)도 정부의 방침이 아닌 하급기관장의 '사견'에 지나지 않다면서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정책금융(政策金融)개편 이슈는 정권 출범 때마다 ‘뜨거운 감자’였다. 정책금융기관이 나눠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때문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른다. 다만 이 회장의 발언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낙마(落馬)한 김 전 원장이 더미래연구소로 돌아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낸 보고서가 ‘정책금융기관, 통합형 체제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이다. 김 전 원장은 정책금융기관의 통합을 제안(提案)하며 기관 및 노조의 저항, 부처 간 갈등 등 상당한 조직적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관간 통합 없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8개의 기존 조직을 자회사(子會社)로 하는 지주회사(持株會社) 체제로 통합(統合) ·전환(轉換)을 제안했던 것.

현재 역할 변화(變化)에 직면해 있는 산업은행 수장이자 금융개혁론자인 이 회장이 정책금융기관 통합 공론화(公論化) 필요성 제안 발언에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된다. 전통적 산업의 쇠퇴(衰退)에 따라 기업의 국내 자금수요(資金需要)는 감소하는 반면 해외 프로젝트 시장은 확대되면서 수출입은행에 이어 산업은행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쟁력(競爭力)을 키우고 혁신경제(革新經濟)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과제인데 이 과정에서 수출입은행과 역할이 일부 겹치고, 남북경협(南北經協)에 있어서도 같은 형국이다. 중복(重複)되고 비효율을 이룬다는 그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협의하지 않고 합병 화두(話頭)를 껴낸 것은 경솔했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 말 때문에 구설수(口舌數)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올해 초에는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겨냥해 임시 관리자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떠나는 사람을 향한 배려(配慮)와 예의(禮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대상선(現代商船)을 놓고는 쌀독(米缸)에 든 쥐라고 표현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회사를 놓고 애초에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는 거친 말을 쏟아내 경영 정상화에 힘쓰는 여러 사람들을 맥 빠지게 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홍보실 직원들은 이 회장이 ‘깜짝’ 기자간담회(記者懇談會)나 공식 기자간담회를 연 뒤 자리를 떠나고 나면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 부분은 빼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른바 뒷수습이다. 그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업 CEO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록(記錄)으로 남는다. 산업은행 회장 자리도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공적 역할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회장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기관장들은 기자들 앞에서 말 한마디를 하기위해 며칠씩 숙고(熟考)해 어휘(語彙)를 고르고 가다듬는다.

필자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번 합병 제안 발언 논란이 자신의 결정 하나하나가 얼마만큼 무거운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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