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9시 35분경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총 500만주가 넘는 매물이 주식시장에 그대로 쏟아지면서 이날 장 초반 변동성 완화장치(VI)는 7차례나 발동됐다. 문제는 대거 출회된 매물이 잘못 입고된 주식이라는 점이다. 삼성증권 직원 21명은 착오 주식을 버젓이 주식시장에 쏟아냈다. 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회의도 오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배당사고의 시작은 주가가 추락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단 5분 전인 9시 30분.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을 입고했다. 이후 9시 35분부터 착오 주식이 시장에서 버젓이 결제됐다. 매매정지 조치가 이뤄지는 데 걸린 37분의 시간 동안 21명의 직원은 501만주(1820억원 상당)를 매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한 3명은 205억원에서 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2~14회에 걸쳐 매도했다. 특히 이들은 VI가 발동하였음에도 추가 매도를 시도하고 시장가 주문, 직전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주문해 매매계약을 체결시켰다. 계약체결 사실과 잔고,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수차례 분할 매도하거나 이미 다른 피의자들의 매도 성공 사실을 목격한 후에도 주식을 팔았다. 심지어 기업금융본부에 근무하는 4명은 이날 회의실에 모여 네이버 증권, 카카오스탁 등을 통해 주가 하락 사실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금융본부의 과장을 맡고 있던 A씨는 14회에 걸쳐 총 111만8977주를 415억원에, 팀장 B(44)씨는 8회에 걸쳐 56만5000주를 205억원에 매도했다. 영업점 과장 C(33)씨는 2회에 걸쳐 144만5000주를 512억원에 팔았다. 불구속 기소한 5명은 3억원에서 279억원 상당의 주식을 1~2회에 걸쳐 모두 시장가로 매도했으며 검찰이 카카오톡과 메신저 대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의성이 드러났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회의까지 열어가며 주식을 매도한 과정에서 30여 분간 VI는 총 7회 발동됐으며 회사에서 ‘직원 매도금지’를 알린 횟수는 현장 유선 전파와 긴급팝업 공지까지 총 4번이다. 당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급락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손해까지 초래했다. 삼성증권은 피의자들을 대신해 결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92억원의 추가 손실을 짊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피의자들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공매도나 선물매도를 통한 시세조종을 꾀한 것은 아닌지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식 선·현물 매매 내역, 피의자들 및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을 면밀히 분석했으나 혐의점을 밝힐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