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는 지방세 수납과 세출금 지급, 기금 관리뿐 아니라 기관거래와 공무원 금융, 지역기업 영업 기반으로 이어진다.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다시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와도 맞닿아 있는 만큼 호남권 지방은행의 금고 기반 확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공공금고 접점, 주요 거점에 집중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6년 지자체 금고지정 현황을 일반회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4곳이 맡은 일반회계 금고는 24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243개 일반회계 금고의 9.9% 수준이다.이 가운데 호남권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맡은 일반회계 금고는 총 7곳이었다. 광주은행은 광주시 본청과 동구·서구·남구·북구, 전남 목포시 등 6곳을 맡았고 전북은행은 전북 전주시 1곳을 담당했다.
광주은행은 광주시 본청과 주요 자치구를 맡고 있어 광주권에서는 일정한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남권까지 넓혀 보면 목포시에 그쳤고, 전북은행도 전북권 내 일반회계 금고는 전주시에 한정됐다. 호남권 지방은행의 공공금고 접점이 광주·전주 등 핵심 거점 중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는 동남권 지방은행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15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은행은 부산시 본청과 중구·서구·동구·영도구·부산진구·동래구·남구·북구·해운대구·사하구·금정구·연제구·수영구·사상구 등 부산 지역 광역·기초 금고 일반회계를 맡고 있다.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뚜렷한 지역 금고 기반을 확보한 사례다.
권역별로는 BNK금융그룹 계열 지방은행의 동남권 기반이 두드러졌다. 부산은행이 부산 지역 금고를 폭넓게 확보한 데 이어 경남은행도 울산시 본청과 경남 창원시 일반회계 금고를 맡고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동남권 주요 지자체 금고를 중심으로 지방은행권 내 가장 큰 공공금융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iM뱅크는 2024년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지만, 지역 기반 은행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별도 참고 사례로 볼 수 있다. iM뱅크는 대구시 본청과 대구 중구·동구·서구·남구·북구·수성구·달서구, 경북 구미시·포항시·경산시 등 11곳의 일반회계 금고를 맡았다. iM뱅크까지 포함해 지역 기반 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일반회계 금고는 35곳으로 늘어난다.
지방은행 4곳 비중 9.9%
전체 지자체 금고 시장에서 지방은행의 비중은 제한적이다. 일반회계 금고 243곳 중 NH농협은행이 166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15곳, 우리은행이 14곳으로 뒤를 이었다. iM뱅크는 11곳, 하나은행 7곳, 광주은행 6곳, 국민은행 5곳, 경남은행 2곳, 기업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1곳이었다.이 같은 구도는 지방은행의 지역 기반이 약하다는 의미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요구되는 조건이 자금 보관 능력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행안부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일반회계를 단일금고로 지정하고, 일반회계를 포함한 자치단체 총 금고 수가 2개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쟁 방식으로 금고를 지정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배점도 안정성과 업무수행 능력에 무게가 실린다. 현행 기준상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은 25점, 금고업무 관리능력은 22점이다.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은 18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예금금리는 17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은 7점이다.
금리나 지역공헌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안정성, 전산 처리 역량, 주민 이용 편의성, 기관거래 경험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하는 구조다. 예컨대 부산시 조례도 금고 지정 시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부산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등을 평가항목으로 두고 있다.
기관거래 기반 확장 과제
지자체 금고는 은행 입장에서 단순 예금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금고은행으로 지정되면 지자체의 세입세출 업무를 담당하고 공공자금 흐름을 관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급여계좌, 공무원 신용대출, 산하기관 거래, 지역기업 금융 등으로 영업 접점이 넓어진다.지방은행에는 이 같은 기관거래 기반이 더 중요하다. 영업권역이 제한적인 만큼 지역 내 우량 기관거래를 확보하는 일이 고객 접점과 수익 기반 유지로 이어진다.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금융기관을 통해 다시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공공금고의 의미가 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는 단순한 금융기관 역할을 넘어 지역 금융 생태계를 유지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핵심"이라며 "지역 내 유동성 선순환과 지역 맞춤형 금융정책을 통한 재투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점에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광주·전주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일반회계 금고 기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남·전북권 전반으로 보면 공공금고 접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지역밀착 금융을 더 넓은 기관거래 기반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반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동남권 핵심 지자체 금고를 바탕으로 지역밀착 금융 기반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부산시 본청과 다수 구금고를 통해 부산 지역 공공금융 접점을 넓게 확보했고, 경남은행은 울산시 본청과 창원시를 맡으며 동남권 주요 도시와의 기관거래 기반을 지키고 있다.
다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연고만으로 금고를 선택하기 어렵다. 공공자금 관리의 안정성과 주민 이용 편의성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금고은행의 전산 안정성, 세입세출 처리 역량, 디지털 납부 편의성, 영업점과 자동화기기 접근성은 주민 행정 서비스와도 맞물린다. 전국 단위 영업망과 대규모 전산 인프라를 갖춘 대형은행이 금고 경쟁에서 강점을 보이는 배경이다.
금고 수성·지역상생 경쟁력 관건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 영업과 지역 이해도에서 강점을 갖지만, 대형 금고 경쟁에서는 금리 제안 능력과 인프라 투자 여력까지 요구받는다. 금고 운영 경험이 누적될수록 지자체와의 업무 연계, 세입세출 처리 안정성, 민원 대응 능력에서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앞으로 지자체 금고 경쟁은 금리와 협력사업비뿐 아니라 주민 편의성, 디지털 서비스,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함께 입증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고 약정금리 공개가 이뤄지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금고은행의 적용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금리 경쟁은 지방은행에 기회와 부담으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지자체 재정 운용에는 도움이 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부담이 커진다. 지방은행이 대형은행과 같은 방식으로 금리와 인프라 경쟁을 벌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지역상생, 지역기업 지원, 주민 접근성, 지역경제 이해도 등 지방은행이 강점을 가진 영역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중 지역 금고를 가장 넓게 확보한 사례다. 경남은행까지 포함한 BNK금융 계열 지방은행도 동남권 주요 공공금고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광주·전주 등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금고 기반을 이어가고 있지만, 호남권 전반에서 공공금고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밀착 금융을 기관거래로 확장하고, 지역기업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금융 지원 효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지역자금 선순환 취지를 살리려면 금고 경쟁력도 단순 수성 여부를 넘어 지역기업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금융 지원 효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 금고 재지정 과정에서도 지방은행이 지역상생과 주민 편의성을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주는 일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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