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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2.6조인데 성과급 3조 달라는 현대차 노조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8 00:00 최종수정 : 2026-05-18 15:10

성과급 투쟁 가세한 현대차 노조 ‘역대급’ 요구
로봇 등 미래투자 부담…매출 늘어도 현금 없어
로봇 도입엔 반대…투자 효율성 지표도 급하락

▲ 현대차 노사 임단협 상견례. 사진 = 현대차

▲ 현대차 노사 임단협 상견례. 사진 = 현대차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국내 산업계에서 노사 간 성과급 논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도 성과급 기준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최근 몇 년간 현대차가 역대급 실적을 경신한 만큼, 이에 비례해 성과를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현대차의 세부 수익성 지표를 살펴보면 노조 요구를 들어주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그룹 대규모 미래 투자를 주도하고 있어 실적과 실제 현금흐름이 비례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 관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분명 상황은 현대차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주배당금 2.6조 vs 성과급 3조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돌입했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성과급 인상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만큼, 과거부터 강성 기조를 보여온 현대차 노조 요구안도 큰 관심을 받았다.

노조는 임단협에 앞서 ▲월 기본급 14만 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최장 65세) ▲신규 인원 충원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실적에 따른 임금 및 성과급 인상, 정부 정책에 따른 정년 연장에 더해 로봇·AI(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등이 핵심 쟁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올해 임단협 역시 노사 간 진통이 거셀 것으로 전망한다.

이중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 노사 사이에서 불거진 성과급 요구가 가장 큰 화제다. 성과급 기준은 한번 정하면 하향 조정이 어려운 만큼, 업황에 따라 기업에 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노조의 ‘전년도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안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도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노조 요구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순이익 약 10조 원 중 30%인 약 3조 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가 주주들에게 환원한 총배당금 약 2조 6000억 원보다 큰 규모다.

문제는 현대차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순이익은 감소 추세라는 점이다. 현대차 최근 3년간 연간 매출은 2023년 162조6636억 원, 2024년 175조2312억 원, 2025년 186조2545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반면 성과급 기준이 되는 순이익은 2023년 12조2723억 원에서 2024년 13조2299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10조3648억 원으로 급감했다.

현금흐름 하락세… 미래 투자까지 부담

실적뿐만 아니라 현대차 세부적인 현금흐름과 투자 효율성 지표를 살펴봐도 노조 요구안 수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익성은 악화한 반면 자율주행 등 미래 투자 부담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차 최근 3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역대 최대 매출 경신에도 불구하고 2023년 -2조5188억 원으로 순유출 상태로 돌아선 뒤 2024년 -5조6616억 원, 2025년 -5조9913억 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에 따른 현대차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2023년 -9조5895억 원, 2024년 -13조7230억 원, 2025년 -14조3580억 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깊어졌다. 이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만으로는 이자, 법인세, 투자 등 필수 지출을 모두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 최근 3년간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5조1269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4조2396억 원, 2025년 11조4679억 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또한 판매보증비 및 인건비 증가, 미국 관세 영향으로 전년 대비 30.8% 감소한 2조5147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올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투자에 약 17조8000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8조 원과 맞먹는 규모다. 현대차는 그룹 맏형으로서 미래 기술 투자에 가장 많은 금액을 분담하고 있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재무적 압박이 더 크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총 2조5000억 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설립에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2.6 대 1.4 대 1의 비율로 참여했다. 또한 지난해 8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1조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현대차가 3626억 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분담했으며, 기아(2234억 원), 현대모비스(1465억 원)가 뒤를 이었다.

로봇 가로막는 노조

노조의 또 다른 주장인 완전 월급제 도입 및 정년 연장 등은 장기적으로 현대차 기업 밸류 측면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해당 요구안들은 노조가 로봇과 AI 도입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꾀하고자 제시한 것들이다. 앞서 노조는 현대차 생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노사 협의 없이는 투입 반대”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별다른 가시적 성과 없이 연구 단계에 머물며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현대차 최근 3년간 투하자본이익률(ROIC)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 5.3%에서 2024년 4.19%, 2025년 3.0%로 매년 하락했다. ROIC는 기업이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노조 요구가 관철될 경우 아틀라스 등 로봇을 통한 생산 효율화와 비용 감축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아틀라스 공개 이후 현대차의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로봇을 통한 공정 효율성 제고와 인건비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꼽고 있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로봇 시대 고용 안정권 보장이 얽힌 복합적 과제”라며 “실적이라는 표면적 숫자뿐만 아니라 세부적 재무 지표와 미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노사 양측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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