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전망, 시장 가격에 선반영
신용등급 자체는 AA-로 동일하지만 등급전망(Outlook)은 이미 방향이 달랐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3년물 발행(3월 4일) 불과 20일 전인 2월 12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됐다. 등급전망 '부정적'은 통상 12~18개월 내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다.반대의 사례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5년 12월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바뀐 이후 발행에 임했는데, 동일한 AA-등급이지만 시장은 이를 이미 반영하고 있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6.3배를 기록했고, 스프레드는 -5bp로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등급전망의 방향이 신등급보다 먼저 시장 가격에 녹아든 것이다.
재무상태가 스프레드 차별화 이끌어
KCC글라스와 포스코퓨처엠은 다른 유형의 사례다. 두 기업 모두 신용등급 AA-,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그럼에도 시장은 KCC글라스에 +25bp, 포스코퓨처엠에 +18bp를 요구했다. 재무지표의 추세가 이미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KCC글라스의 EBITDA 대비 금융비용은 2022년 21.2배에서 2025년 2.6배로 급락했다. 건자재 시장 침체가 수익성을 빠르게 잠식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025년 -75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K지오센트릭의 재무 악화 속도는 더 빠르다. EBITDA/금융비용은 2022년 5.6배에서 2025년 1.1배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간신히 감당하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총차입금/EBITDA는 같은 기간 8.3배에서 25.3배로 치솟아 차입 부담이 수익창출력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이익창출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 배경이기도 하다.
포스코퓨처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총차입금/EBITDA가 2022년 5.7배에서 2025년 17.7배로 치솟았고, NICE신용평가는 이 지표가 2023년부터 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인 8배를 초과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5년 연속 대규모 적자로 누적 약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신평사 스스로 설정한 강등 검토 기준을 2년 넘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공식 등급은 그대로였지만, 시장은 이미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수요예측 결과보고서에 공시된 투자자 유형별 참여 내역도 이를 뒷받침한다. SK지오센트릭의 3년물 수요예측 주요 회차에서 연기금·은행·보험사 등 핵심 기관투자자의 참여금액은 0원이었다. 전체 800억 원의 주문이 운용사와 투자매매중개(증권사) 계정만으로 채워졌다.
채권시장 내 핵심 기관투자자의 움직임도 이를 뒷받침한다. SK지오센트릭의 3년물 수요예측 주요 회차에서 연기금·은행·보험사 등 핵심 기관투자자의 참여금액은 0원이었다. 전체 800억 원의 주문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계정만으로 채워졌다.
반면 이마트의 3년물 수요예측에는 핵심 기관투자자가 2200억 원을 참여해 전체 주문(1조 800억 원)의 20%를 차지했고, KAI도 2600억 원(20%)을 확보했다. 연기금·보험사는 장기 운용 관점에서 엄격한 크레딧 심사를 거쳐 참여하는 만큼, 이들의 이탈은 해당 발행사의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드러내는 지표로 읽힌다.
높아진 조달금리, 다음 발행의 부담으로
이번 분석 결과로 나타난 동일 신용등급간 조달금리 격차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오버 발행으로 높아진 발행금리는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지표를 추가로 악화시킨다. 악화된 재무지표는 다음 차환 발행에서 투자자의 기대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발행금리 상승 → 금융비용 증가 → 재무비율 악화 → 다음 발행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 한번 고착화되면 쉽게 되돌리기 어렵다.SK지오센트릭·KCC글라스·포스코퓨처엠 모두 2분기 이후 차환 발행이 예정돼 있다. 등급전망과 재무지표, 핵심 기관투자자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들의 조달 여건이 단기간에 나아지기는 어렵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산업이슈 보고서에서 울산 석유화학 산단 구조개편과 관련해 SK지오센트릭의 NCC 설비가 가동중단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구조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채권시장의 신용 차별화 압력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이 같아도 시장의 평가는 기업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번 분석 결과가 보여준다. 신용평가 등급 체계의 세분화, 등급전망의 실질적 공시 강화, 수요예측 투자자 구성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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