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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신규 순환출자’ 의혹… 공정위 조사 속도에 긴장감

곽호룡 기자

horr@

기사입력 : 2026-04-22 18:07

공정위, 영풍 본사 현장조사 완료
위법 여부 판단에 재계 이목 집중
와이피씨 활용 고려아연 지분 이전
상호출자제한 규정 위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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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신규 순환출자’ 의혹… 공정위 조사 속도에 긴장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경영권 분쟁 늪에 빠진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법리적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영풍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영풍 지배구조 전략에 타격이 예상된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뒤 11월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이어 12월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영풍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 핵심은 영풍이 100% 자회사인 와이피씨(YPC)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이동시킨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2조에서 금지하는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하느냐다.

'와이피씨' 통한 지분 이동, 순환출자 고리 생성 트리거인가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3월 영풍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유한회사 와이피씨다. 영풍은 설립 직후 본사가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율 25.4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와이피씨에 넘겼다. 당시 장부 가액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자산 이동이다.

신고인 측은 이 과정에서 ‘영풍 → 와이피씨 → 고려아연 → SMH(고려아연 해외 자회사) → 영풍’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영풍이 지난해 3월 12일 고려아연 주식 10주를 추가로 직접 취득하면서 ‘영풍 → 고려아연 → SMH → 영풍’이라는 또 다른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국내 회사가 계열출자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영풍은 대표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만약 이 구조가 법에서 금지하는 신규 순환출자로 판단될 경우 영풍은 해당 지분을 처분해야 함은 물론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피하기 어렵다.

유한회사 설립은 의결권 제한 우회용?… 쟁점은 ‘탈법 행위’ 여부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영풍이 왜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형태 와이피씨를 설립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하여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진 상호주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이 규정은 통상 주식회사 간의 관계에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법상의 규제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와이피씨의 법인 등기부상 사업 목적에는 ‘고려아연 주식 취득·소유를 통한 사업 지배 및 관리’가 명시되어 있으며, 김기호 영풍 대표가 와이피씨 대표를 겸직하고 있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 성격의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영풍 “합법적 자산 정비” vs 시장 “위법 가능성 농후”

영풍 측은 이 같은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영풍 측에 따르면 이번 지분 이동은 대주주로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자산 구조 정비의 일환이고, 기존에 직접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간접 보유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을 뿐, 실질적인 지배구조의 변화가 없으므로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린다. 한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며 “해외 계열사가 포함된 고리라 할지라도 국내 회사 간의 신규 출자가 고리 형성의 핵심 원인이 되었다면 위법으로 판단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향후 다른 대기업 집단들의 지배구조 개편 모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성격을 띠고 있어 공정위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정위가 이를 용인할 경우, 유한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우회가 대기업들의 편법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풍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이번 지분 이동이 단순한 ‘정비’ 이상의 절박함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영풍은 최근 수년간 본업인 제련업에서의 수익성 악화와 환경 개선 비용 지출로 인해 현금 흐름에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무리한 수(手)가 오히려 법적 리스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이다.

공정위가 만약 위법 판정을 내린다면 영풍은 와이피씨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단기간 내에 시장에 매각하거나 원상복구 해야 한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리는 것은 물론, 주가 급변동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 조정을 넘어 한국 자본주의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영풍그룹 전체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평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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