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4 16:17

4월21일~5월12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서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카메라 하나를 들고 장터를 찾아다닌 지 40년이 지났다. 전국 600여 개 장터와 그곳으로 연결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가 있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이다.
정영신이 그 40년의 기록을 풀어 놓는 사진전 '장날'을 오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강남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 작가가 찍은 80여 점의 흑백 사진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대부분 1980년대 후반,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들이다. 장터 사진이라고 하면 흔히 물건과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정 작가의 사진은 다르다. 그의 렌즈는 물건보다 사람을 먼저 찾는다. 풍경보다 시간을 먼저 포착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목격자

정 작가 사진 작업의 시작은 단순했다. 그는 "사람을 알고 싶어 장터에 갔다"고 말한다. 한적한 시골 장터를 찾았을 때, 그곳엔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 좌판을 펴는 사람 등 장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말투와 표정, 흥정하는 목소리 속에서 그는 사회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봤다. 그렇게 장터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어느새 40년이 지났다.

정 작가가 처음 찾았던 1980년대 후반의 장터는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대형마트도 인터넷 쇼핑몰도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오일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했다. 그 날이 되면 마을을 나섰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장터는 소식을 나누고, 지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공간이었다.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미지 확대보기
그 밀도가 정 작가의 흑백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 작가는 사진 속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증거처럼 내밀 뿐이다. 특히 초상 사진들이 그렇다. 주름진 얼굴, 굳은 손, 좌판 앞에 앉은 노인의 눈빛. 그것은 단순한 인물 사진을 넘어선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전기나 다름없다. 컬러가 아닌 흑백이기에 그 농도 속에 삶 전체가 담겨 있는 듯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

정 작가는 아직도 장터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말을 빌면 "장터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장터를 밀어낸지 오래다. 인터넷 쇼핑몰은 어느덧 좌판을 대신해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했다. 결국 많은 장터가 문을 닫았고, 남은 곳조차 현대식으로 개량되거나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장터를 찾는다. 그곳에만 있는 무엇인가 때문이다. 정 작가는 “장터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을 '관계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미지 확대보기
정영신의 이번 전시 '장날'은 사라지는 장터와 장날에 대한 애도의 전시가 아니다. 작가 스스로 말한다. “사라진 장날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관계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록을 전하는 것”이라고. 그 말에는 40년의 무게가 실려 있다.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는 마음

장터를 나와 돌아갈 때마다 그는 같은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다는 생각.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다시 장터로 향한다. 두고 온 것 같은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것은 바쁜 일상에 매몰된 모든 이가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대량소비의 시대, 화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에 잊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정영신의 사진 앞에 서면 그런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 오래전 어딘가에서 본 듯한 풍경. 그것이 정영신의 전시가 가진 힘이다.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미지 확대보기
전시회에 걸리는 80여 장의 사진은 단순한 장날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이다. 잃어버린 것이거나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조용하고도 집요한 질문이다. 사진가 정영신은 40년 동안 이 질문을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정 작가는 작업노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장터가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장날을 향해 길을 나선다.”
40년 장날의 기록… 정영신 사진전 '장날'이미지 확대보기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경제·시사 다른 기사

1 '도시개발·생활정치 전면에' 김경대 앞세운 국민의힘…후보군 살펴보니 [6·3 지방선거] 6·3 지방선거 서울 용산구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김경대 전 용산구의원을 앞세워 구청장 수성에 나선다. 시·구의원 후보군도 현역 의원과 도시개발·행정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 재개발과 생활밀착형 정책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용산구는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국제업무지구·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대형 개발사업이 집중된 서울 핵심 격전지다. 한강벨트·도시개발과 더불어 교통·안전·주거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어 서울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개발 추진력과 행정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구의원 후보 상당수가 현역 의원이거나 의정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경대 구 2 “용산 대전환” 내세운 강태웅…민주당 용산구 후보군은 [6·3 지방선거] 6·3 지방선거 서울 용산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앞세워 구청장 탈환에 나선다. 시·구의원 후보군도 현역 의원과 행정·도시계획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려 정책 전문성과 지역 밀착형 이미지를 강조했다.용산구는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맞물린 서울 핵심 격전지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조성, 한남뉴타운 개발 등 대형 사업이 집중돼 있어 도시개발과 생활 정책이 선거 변수로 꼽힌다.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행정 경험과 도시정책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시와 용산구의회 경험을 갖춘 후보들이 대거 포진한 점도 특징이다.◇ 강태웅 용산구청장 후보…실무형 3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지방의회 찾아가는 AI 교육 확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지방의회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형 교육 확대에 나섰다.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난 28일 충청남도의회 정보화 교육장에서 의회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AI 실무교육’을 실시했다고 29일 밝혔다.이번 교육은 지방의회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하고 생성형 AI의 실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부 집합교육 참여가 어려운 지방의회 공무원들의 여건을 고려해 전문 강사단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교육은 단순한 AI 기능 소개를 넘어 실제 의정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습 중심으로 구성됐다. 회의자료 작성과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FT도서

더보기